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
  • 거제신문
  • 승인 20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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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성이 풀리다'는 말이 있다. 생각하던 일이 이루어져 마음이 흡족하게 된 상태로, 이 말은 나쁜 운수를 관장하는 나후직성(羅喉直星)이라는 별과 관련 있다. 이 직성이 남자 10세, 여자 11세부터 9년을 주기로 액(厄)을 들고 찾아온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보면, 직성이 들면 짚으로 사람형상의 '제웅'을 만들어 돈을 넣고, 이름과 출생한 해의 간지(干支)를 적어 정월 14일 밤에 길가나 다리 밑에 버리면 그 속에 있는 돈을 줍고자 손을 댄 사람이 대신 액을 가져간다고 믿었다.

혹은 보름 전날 밤에 아이들이 직성이 든 집을 찾아가 제웅을 달라고 청하는 일종의 놀이가 있는데 이를 제웅치기(打芻戱)라 한다. 액년(厄年)에 행하는 액땜법이다.

보름날 동제(洞祭)를 지나고 나면 그 풍물패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복을 빌어주는 걸립굿을 한다. 집안은 물론이고 길에 있는 모든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의식이다. 이를 '매구 친다'고 한다. 본래 매구는 꽹과리를 일컫는 말이지만 풍물 전체를 나타내는 말로 통하기도 한다.

'매구'는 '묻을 매(埋)'와 '귀신 귀(鬼)'로 귀신을 땅에 묻어버린다는 뜻으로 경상도에서는 '귀신'을 '구신'이라고 하듯, '매구'는 '매귀'의 경상도식 발음이다. 요즘도 터가 센 집은 지신을 밟는다고 사람들이 모여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어 사악한 귀신을 밟아 버리는 의식을 하고 있다.

정월 보름 전후로 적선(積善)하는 풍습도 있다. 시주를 하거나 불쌍한 사람에게 동냥하면 액이 물러간다고 믿었다. 마을에 다리를 놓거나 우물을 파는 등 동네일을 의논하는 것도 이 때고, 마을 사람들은 능력껏 돈이나 곡식을 추렴하게 되지만 적선을 통해 공덕을 쌓는 다는 생각 때문에 흔쾌히 참여한다.

정월 보름은 개인적으로는 액 없는 한해를 기원하고, 마을 사람들은 시화연풍(時和年豊)을 기원하는 공동체의 대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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