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 연계한 수출·산업 물류 메리트 많은데도 시, 경남도 눈치보며 '천하태평'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 등 영남권에서 2005년부터 추진해 온 숙원사업으로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면서 구체화됐다. 현재 최종 입지 선정을 남겨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영남권 인사들이 현재 요직을 두루 차지하고 있는 만큼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조기에 가시화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10.6㎢(320만평)규모에 활주로 2본(3,800×60m)과 터미널, 관제시설 등을 갖춘 국제공항으로 건설될 계획이다. 민간·군사공항을 겸하고 김해공항 전체를 이전한다는 것. 10조8,000여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국토해양부가 입지평가위원회를 구성, 가덕도와 밀양을 후보지로 놓고 입지 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부산시, 신공항 전제
가덕도 개발 그림 내놔
국회 국토해양위는 지난 달 22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항 및 항만의 확충에 우선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져한다"며 영남권 신공항 건설의 조기추진이 필요하다는 용역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월 12일에는 대구·경북·경남도의회가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에 들어간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산시는 지난 3일 가덕도 신공항 유치와 함께 "가덕도 660만평을 체류형 복합 관광단지로 개발하는 그랜드 디자인 밑그림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가덕도를 동북아 경제권의 관문으로 만든다는게 부산시의 전략이다.
(주)도화 컨소시엄은 부산시의 가덕도 개발 공모전에 'Modal Polis'라는 작품으로 응모, 당선됐다. 'Modal Polis'는 부산 신항, 동남권 신항,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강서국제물류복합도시 등으로 교통의 결절지가 될 가덕도를 비즈니스와 해양관광·휴양을 결합한 체류형 복합 관광단지 조성을 제안하고 있다.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 이를 중심으로 한 그랜드 디자인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거가대교, 대전-거제 철도, 시베리아 횡단 철도 등과 연계될 수 있어 동북아의 관문 및 주요 수출, 산업 물류의 중심이 될 것이다"는게 부산시의 주장이다.
이처럼 부산시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면서 부산을 어떻게 변화시켜갈 것인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거제시는 거가대교를 통해 가덕도, 부산과 급속히 연계 될 것이 분명함에도 가덕도 신공항, 가덕도 개발 구상 등에 대한 아무런 고민과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덕도가 변한다면 거제도 변할 수 밖에 없고 신공항이 유치되면 이만한 기회도 없다. 철저히 종속되거나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눈과 귀를 돌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부쩍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거제시가 조직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목소리를 내면서 이를 대비한 그랜드 디자인도 새롭게 고민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공항 후보지 가덕도-밀양 각축
철저히 지역이기주의로 흐르는 형국이다. 언론들의 보도태도 또한 다르지 않다. 대구, 경북권 언론들은 밀양의 우수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고 경남도의 일간지들 역시 '밀양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부산지역 언론들은 "가덕도가 신공항의 적지"임을 강변하고 있다.
거제는 부산시 다음으로 가장 큰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목소리도, 입장도 없다.
신공항 가덕도 유치는 "공항입지는 국가경쟁력차원에서 접근해야지 특정지역으로 몰아주는 행위는 근절되야 한다"며 "신공항 가덕도 입지는 늘어나는 물류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동남권을 국가발전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시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 돼야한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에 따라 입지가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지난달 26일 동북아 허브공항포럼에서는 항공안전과 직결되는 조건인 기상여건이 가덕도가 밀양에 비해 유리하다는 비교 분석자료가 발표됐다. 이는 향후 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부산대 임헌호 교수는 최근 5년간의 기상청 통계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항공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안개일수, 바람, 기온, 구름 등 주요 기상변수에 있어 가덕도가 밀양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또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시 바다 매립으로 인한 환경파괴 우려에 대한 대안도 제시됐다.
지난 달 26일 열린 부산 공간포럼에서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가덕도 앞바다를 매립해 공항을 만들 경우 엄청난 토사를 퍼부어야 하는 만큼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플로팅 공법 공항은 지진에 안전하고 소음 민원도 적으므로 바다를 매립하는 것 보다 플로팅 공항으로 건설하는게 지속가능한 개발에 가까울 것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밀양유치'를 강조하는 한 논거인 "바다매립으로 인한 환경파괴 우려"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신공항의 '밀양 유치' 주장도 만만찮다.
국토의 균형발전 취지에 맞고,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매립해야 하는데 이것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등의 논거다.
현재 부산과 밀양, 양 시의 주장은 경제적인 논리에 근거하기보다 정치적인 논리와 지역이기주의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