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이올린이 제게 꿈을 주었죠
작은 바이올린이 제게 꿈을 주었죠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0.0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중 한금록 사원, '꿈의 무대' 카네기홀서 관현악 공연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가면서도 꿈이 아닐까 수없이 생각했습니다. 안익태 선생님이 지휘한 무대에서 연주한다고 생각하니 흥분이 멈추질 않았죠."

전 세계 음악인들에게 '꿈의 무대'라 불리는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최근 이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한 조선소 직원이 있어 화제다.

카네기 홀에 선 영광의 주인공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한금록 사원(22·시운전팀). 입사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는 새내기로 업무에선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바이올린이라면 경력 1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한 사원이 카네기홀에 간 것은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의 일원으로 지난달 11일에 있었던 공연을 위해서였다.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은 아동복지 시설인 '부산 소년의 집'에 거주하는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소년악단으로 1979년 미국인 신부인 고(故) 알로이시오 슈왈츠 몬시뇰에 의해 창단됐다.

이번 공연은 우연한 기회에 소년의 집 연주 실력에 감탄하게 된 마에스트로 정명훈씨가 주관한 것. 한 사원은 바이올린을 담당하며 120명의 선후배 단원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무대에 올라간 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대표한다고 다짐하며 정말 열심히 연주했습니다"라고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한 사원이 바이올린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생이 되면서 관현악단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바이올린 이론과 실기를 익혔다.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시작된 연습은 밤이 늦도록 진행되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카네기홀 공연이 확정된 이후에는 매일 퇴근 후 연습에 몰두했고, 지난해 12월부터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 연주자들에게 파트별 레슨을 받았다. 또 매주 서울에 올라가 집중 레슨을 받고 정명훈씨의 아들인 정민씨의 지휘 아래 연습했다고 한다.

부서원들의 지지도 대단했다. 한 사원은 "미안한 마음으로 먼저 퇴근할 때면 특별한 기회니 잘하라는 응원과 함께 업무 분담도 많이 해줬다"면서 "그런 배려 덕분에 매주 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리는 일이 힘든 줄도 몰랐죠. 앞으로 빨리 업무를 익히고 더 열심히 일해 보답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린시절부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니고 삼성중공업에 입사하게 되었다는 한 사원은 어린 소년같은 앳된 외모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대견함도 있다.

그는 "제게 음악은 항상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라면서 "작은 바이올린 하나가 저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었듯이 앞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라며 작은 소망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