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뿐 아니라 대길의 칼에 맞은 혜원을 태하(오지호)가 치료해 주려 하자, 옷을 벗는데 이때 이다해의 가슴골을 '블러(Blur)'로 처리한다. 이는 화면을 뿌옇게 만드는 일종의 모자이크 기술이다.
애정표현이 아닌 부상자의 치료 장면이라면 굳이 가릴 필요가 없고, 또 시청자들도 그저 그런가 하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도 뿌옇게 가려 놓으므로 오히려 더 호기심만 자극하게 되었다.
극은 벗으면 벗을수록 시청률이 올라가는 소위 '속살의 마법'이라는 것이 있다. 오락적 재미에 원초적 관능까지 더해지면 좋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사극(史劇)의 경우 남자 시청자가 많은 탓에 별 벗을 일도 아닌데도 벗기고 본다. 실제 그렇게 했을 때 갑자기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노출심리가 있다. 노출하고 싶은 심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특히 여자의 경우 여성미를 과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노출이다. 가슴과 허리의 부드러운 곡선, 하얀 피부, 가느다란 목선 등 아름다움은 여성의 특권이다.
노출이 이성에 대한 유혹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기 몸에 대한 아름다움의 과시며, 자기만족의 다른 표현법이라고 할 수 있다. 병리학적 노출증(露出症)과는 다르다. 성적인 흥분을 목적으로 낯선 사람 또는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소위 바바리맨의 행위는 성도착자의 변태일 뿐이다.
옛날 우리나라 여인들의 '장옷'이나, 이슬람의 '차도르'처럼 너무 가리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벗기려 드는 것 또한 극의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