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는 소통의 즐거움
마주하는 소통의 즐거움
  • 거제신문
  • 승인 201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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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운 칼럼위원
동무, 나는 동무가 좋다. 초등학교 시절 동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하여 그때부터는 친구가 더욱 친숙한 말이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반 대항 축구시합에서라도 이길 때에는 어깨동무를 하고 즐거워했고 선생님께 단체기합을 받은 날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동네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히히득거리며 도랑가 쪽으로 붙은 친구를 골릴 참에 도랑 쪽으로 밀었다 당겼다 장난질하며 그렇게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를 기대며 살아왔다.

어느덧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이제는 자녀의 결혼생활을 걱정해야하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다.  '으흠'이라는 기침 한 번으로 소통하던 우리 아버님들이 그러했듯 이제는 우리 어깨동무 친구들이 그렇게 전화를 건넨다.

"가까?"
"어."

이젠 어깨동무가 아닌 바둑판을 맞이하며 한판대국을 벌인다. 오천 원 빵으로 ㅎㅎ…. 

세계최고의 공격수 유창혁이 된 것처럼, 때론 한국형 서봉수처럼, 어떨 땐 뚜벅뚜벅 이창호처럼 참으면서 날카로운 이세돌의 공격을 피해간다. 스무 수 뒤를 내다보며 두는 그런 국수들의 포석을 아무 생각없이 두었으니 두 세수를 남기고서야 대마가 죽은 것을 알고는 막판 조훈현의 흔들기에 들어간다.

잠시뿐 꼼수 아니고서야 판을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이다. 바둑판에서가 아니라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이렇게 공평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무릉도원과도 같은 바둑판에서 빠져나온다.

마누라님들의 눈치가 신경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바둑을 둘 때만큼은 신선이 된 것마냥 너무 흥겹고 신명마저 난다.

요즘 들어서 왜 이렇게도 바둑이 행복한 스포츠가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나도 공평한 경기이기 때문이리라... 나이가 많든 적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아픈 사람이든 아픈지 않는 사람이든 키가 크든 작든 사장이든 직원이든 공평하게 바둑판에 한 수 한 수 바둑돌을 내려놓는다.

이기면 외포탁주 한 병 사면 되고 지면 한 병 얻어먹으면 된다. 이렇게 공평한 경기를 공평하게 즐긴다. 지금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이렇게 공평한 겨루기를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정치란 바둑판이 아닌 사회에서 공평한 경기가 될 수 있게 판을 짜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올바른 후보를 골라내는 것이 중요하리라. 부지깽이를 심어도 물이 오르고 잎이 돋고 꽃이 핀다는 듯이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그런 선수들이 정책인들 있겠으며 공약을 내놓은들 지키겠는가? 농사짓는 이는 종자선택이 중요하다.

이른 봄에 풍작을 기대하며 뿌리 튼튼하고 열매 잘 맺을 수 있는 그런 모종을 선택하듯이 건강한 사회 공평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후보를 골라내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자. 바둑판보다도 더 공평한 게임을 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꾸며...

비오는 봄날, 해그림자를 밟으며  오늘도 은비 아범 전화가 걸려온다.

"올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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