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편견 없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특집]"편견 없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 박근철 기자
  • 승인 2010.0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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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장애인의 날 및 제13회 거제시 장애인 복지증진대회 개최

거제시 장애인협회 9,000여명 등록…편의·복지시설 여전히 부족

▲ 지난 21일 거제시체육관에서 열린 제30회 장애인의 날 및 제13회 거제시 장애인복지증진대회에 참가한 한 장애인이 행사장에서 만난 친구와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불편한 몸과 말로도 한참을 껴안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두 친구의 표정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가 자연스레 그려졌다.

"편견과 차별을 넘어 사랑으로 하나되자."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고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가 지난 21일 열렸다. 제30회 장애인의 날 및 제13회 거제시 장애인 복지증진대회 '어울림 마당'이 시체육관에서 열린 것. 이날 행사에는 장애인과 가족, 자원봉사자, 시민 등 500여명이 참여했다.

▲ 행사장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작은 예수회 고현공동체 원생들.

1981년 첫 행사 개최, 매년 4월20일 기념일 지정

장애인의 날 행사는 지난 1981년 처음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이후 해마다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 보건복지가족부 주관으로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재활·자립 의욕을 북돋우고 장애인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다.

김희천 경남지체장애인협회 거제시지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선거시기 각종 정책과 제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장애인 복지 관련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 진정 장애인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시대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장애인의 복지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장애인 복지를 개혁하는 주체자로서 우리 스스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 거제시보건소에서 행사장 바깥에 설치한 각종 건강 관련 체험 홍보관.

정연송(53) 거제시장애인협회 후원회장은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 구비된 장애인 편의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며 장애인 시설은 계획단계에서부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며 "이로 인해 장애인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좌절감은 매우 깊을 것이며, 이런 참담한 현실이 우리 장애인 복지의 현주소라는 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현재 거제에는 6개의 장애인협회(농아·시각·지체·신체·신장·지적장애인 협회)에 9,000여명의 장애인이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배려'는 여전히 미흡한 편.

거제시는 지난해 89억여원의 예산을 장애인 복지예산으로 집행했고, 올해 당초예산 기준 97억여원이 편성돼 있다. 장애인 수당, 장애인 단체지원, 장애인 사회활동지원, 장애인 의료재활시설 운영, 장애인 사회활동 지원 등이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떳떳이 서게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 설레임 가득한 표정으로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참가자들.

 
'시혜와 배려'에서 '권리와 참여'로

일회적이고 시혜적인 형식적 지원보다는 일자리 창출, 고용의무화 등을 통해 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그래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일 정운찬 국무총리는 장애인의 날 기념 축사에서 " '장애인 일자리 전문 지원체계 구축'을 통해 연령, 성별, 장애 등을 고려한 개인별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총리는 또 "현재 20-30만원에 불과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급여수준을 점차 개선하고 7월부터 시행예정인 장애인 연금법도 장애인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도 덧붙였다.

'시혜와 배려'에서 '권리와 참여'로 장애인 복지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추진해가겠다는 의지를 정총리가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 점심 제공을 위해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이 행사장 옆에 마련한 임시 식당.

신진하(41·여·지체장애 6급) 지체장애인협회 간사는 "거제시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너무 미비하다"며 "관광지라는 특성상 타지에서 많은 사람이 관광을 오는데 계단이 많은데다 유람선의 경우에는 휠체어를 타고는 승선할 수 없어 그냥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낙후된 점을 지적했다.

장승포에서 풀빵 노점상을 하는 송상구(54·옥포·농아장애 2급)씨는 "부인과 12세 딸이 수급자로 등록되어 있어 한달에 50만∼6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해 노점상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나마 노점상도 비가 오거나 나가라고 하면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상황이라 장사를 못하는 날이 더 많아 생활이 너무 어렵다"고 말하며 마음 편하게 장사할 자리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원생들과 함께 체육관 2층 한 켠에 자리한 최은실(53·여) 애광원 생활재활교사는 "애광원에는 지적장애인 시설과 중증 장애인 시설, 직업 재활 시설 등 6개의 장애인 시설이 있고 200여명의 원생이 등록되어 있다"며 "직업 훈련 등 장애인들의 자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공식 행사에 앞서 거행된 국민의례.

 
장애인들에겐 '유쾌한 하루' 자원봉사자들도 하나 됐다

이날 행사에는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눈에 띄었다. 거제시보건소와 대한적십자사 경상남도지사·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 등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은 커피와 음료·생수를 무료로 나눠주며 행사장을 찾은 장애인들을 반겼으며, 행사장 바깥에는 점심제공을 위한 간이 식당, 건강증진 체험 홍보관·상담실·치과 이동진료소 등도 마련됐다.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윤해자(51·여·아주)씨는 "말로만 듣던 나눔을 몸소 실천해보려고 2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며 "장애인도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지 소외받거나 외면받아서는 안되는 우리 이웃이기에 유쾌한 마음으로 오늘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애인인권헌장 낭독은 물론 장애인 복지 증진 유공자들에 대한 표창·감사패 전달이 있었고, 마술공연과 재즈공연·통기타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함께 열려 행사장을 찾은 장애인들은 모처럼 유쾌한 하루를 보냈다.

한편 6·2 지방선거에 나서는 시장·도의원·시의원 예비후보들은 이날 행사장을 찾아 명함을 돌리며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정연송 장애인협회 후원회장 "고귀한 실천, 꾸준히 해나가겠다"

"지난해에도 적으나마 기금을 조성, 장애인들을 후원하기 위해 일일호프 등 복지 관련 행사를 15차례 정도 마련했었다. 올해도 후원회에서 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미약하지만 힘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행사장에서 만난 정연송(53) 거제시장애인협회 후원회장은 미소 띤 얼굴로 후원회 활동사항을 전했다.

정 회장은 "진정한 장애인 복지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할 과제다"며 "고귀한 실천인 후원사업을 앞으로로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애정어린 관심·배려 베풀어야"
   
윤해자 적십자사 자원봉사자

"예전부터 나눔을 실천하려는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던 차에 2년 전부터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봉사활동 하게됐다."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윤해자(51·여·아주)씨는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인데 부끄럽다"며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기겁하며 도망(?)을 쳤다.

윤 씨는 "우리 주위에 소외된 이웃들이 많지만 그들 중 특히 불편한 몸을 가진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가져야 된다"며 "차별과 편견을 버리고 우리와 동등한, 우리 이웃이라는 생각을 갖고 애정어린 관심과 배려를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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