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
철쭉
  • 거제신문
  • 승인 201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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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제33대 성덕왕 때 일이다. 순정공(純貞公)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려 가는 길에 점심때가 되어 일행은 바닷가에 자리 잡았다. 순정공에게는 수로(水路)란 이름의 절세미인인 부인이 있었다. 자태와 용모가 너무 아름다워 신물(神物)들까지 탐을 내어 납치하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그때 수로부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천길 돌벼랑 위에 피어 있는 철쭉꽃이었다. 부인은 종자들에게 저 꽃을 꺾어달라고 했지만 사람이 타고 오르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이라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마침 그 곁으로 암소를 끌고 가던 노옹(老翁)이 부인의 말을 듣고 노래하기를 「자줏빛 바위 곁에 / 잡은 암소 고삐 놓게 하시고 /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라는 이야기가 <삼국유사> 권2 수로부인 편에 실려 있다.

아름다운 여인을 위해 천길 벼랑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자의 용기 속에는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알레고리가 숨겨져 있다. 절벽?꽃?미녀?노옹?노래?암소?붉은바위 등의 낱말들이 주는 뉘앙스는 단순한 헌화가(獻花歌)라기보다는 수로부인의 성욕을 철쭉으로 도치시켜 놓았는지 모른다.

진달래와 철쭉은 같은 진달래과(科)로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진달래는 꽃이 잎보다 먼저 피지만 철쭉은 꽃과 잎이 함께 핀다. 진달래는 꽃잎이 따로따로지만 철쭉은 통꽃이다. 진달래는 잎에 털이 없지만 철쭉은 하얀 잔털이 있다. 진달래가 먼저 피고 철쭉이 나중에 핀다. 진달래는 참꽃이고 철쭉은 개꽃이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지만 철쭉은 꽃에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한다.

진달래는 두견새가 울 때 핀다고 한자어로 두견화(杜鵑花)고, 철쭉은 꽃을 보면 그 화려함에 발길을 머뭇거리게 한다고 척촉(??)이라 표기한다. 이 척촉이 변하여 철쭉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정원수로 많이 심고 있는 영산홍(映山紅)은 철쭉을 개량한 품종이다.

5월은 바야흐로 철쭉제 소식으로 봄을 무르익게 만들 것이다.(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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