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해적, 거제연안 '접수'
바다의 해적, 거제연안 '접수'
  • 배창일 기자
  • 승인 201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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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4∼5년 전보다 개체수 10배 이상 증가…예산부족에 포획 난항

지난달 25일 일운면 양화마을 앞 바다.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40여명의 사람들이 연신 바다 속에서 무언가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40㎏들이 자루에 담겨져 있는 것은 형형색색의 다양한 불가사리들. 크기도 천차만별이었다.

뭍으로 나온 불가사리는 양화마을 어촌계원들의 손으로 옮겨졌다. 넓은 물양장이 몇 시간만에 불가사리로 가득 채워졌다. 이날 4시간여 동안 수거된 불가사리는 40㎏들이 자루 20여개 분량이었다.

불가사리 수거작업에 나선 윤상수 대우조선해양 한려스쿠버 동호회장은 "수심 10m 안팎의 거제 연안지역은 불가사리 천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4~5년 전에 비해 불가사리 개체수가 10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안 오염이 가속화 되면서 바다의 해적으로 불리는 불가사리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불가사리 구제에 대한 예산부족과 효율적인 포획도구가 없어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에 따르면 올해 불가사리 수매사업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모두 3,300만원(국비 1,700만원, 도비 600만원, 시비 1,000만원). 그러나 불가사리 구제작업이 스쿠버동호회나 통발, 자망 등에 의존하면서 불가사리 번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어촌계에 할당량을 나눠 사업을 실시, 구제작업이 일부 마을어장에만 국한돼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구제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안 어선어업 조업 중에 잡히는 불가사리는 어민들이 처치가 곤란해 바다에 버리거나 선박운항에 따른 경비 과다 지출을 이유로 구제작업을 꺼리고 있어 효과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80년대 후반부터 해양정화 활동을 해 오고 있는 윤병태 대우스쿠버 동호회장은 "현재 거제 연안지역에서 볼 수 있는 불가사리는 대여섯 종류로 이 가운데 흰색을 띄는 불가사리의 개체수가 가장 많다"면서 "특히 축양장과 어판장 인근의 바다는 불가사리가 점령해 버려 조개류나 해초류를 찾아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정열 특수선 스쿠버 동호회장은 "해가 지날수록 불가사리 개체수가 증가하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거의 매월 수거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잡아도 잡아도 줄어들지를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불가사리 수매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워낙 개체수가 많은데다 예산확보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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