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불법 주·정차 '천국' 전락
거제시 불법 주·정차 '천국' 전락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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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5만2,459건 위반, 과태료 부과 20억원 달해…"주차할 곳 없는데 단속만" 불만도

▲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거제시는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도심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좁은 시내 도로는 물론 심지어 인도까지 점령한 차량으로 말 그대로 '아비규환'을 연상케 하고 있다. 사진은 고현동 한라플라자 인근 일방통행로.

"주차할 곳이 없는데 단속만 하면 답니까?"

거제시가 불법 주·정차 차량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음이 구체적인 통계로 확인됐다.

지난달 25일 시 교통행정과에 따르면 지난해 거제시는 총 5만2,459건의 불법 주·정차위반 차량을 단속했고 이들에게 20억원 가까운 과태료를 부과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과태료는 승용차는 4만원, 승합차 등은 5만원이 부과된다. 이는 인근 통영시의 위반 건수 21,843건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인구·차량 등록대수 등을 감안하더라도 거제시의 주차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결과라는 지적이다.

올해만 두 번 불법주차 단속에 적발됐다는 고현동 장은희(28·여)씨는 "주차할 곳도 없는데 불법 주·정차 단속에만 열을 올리는 건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거제시의 심각한 주차난 문제는 시도 수긍하는 부분이다. 

거제시 교통과 한 관계자는 "주차할 곳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 이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에서도 나름대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땅 값 비싼 고현 땅 어디에다가 무료 공용주차장을 만들겠냐"며 "주차공간 부족에 대한 민원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년 전 창원에서 거제로 이사 왔다는 옥포동 김민재(32·남) 씨는 "창원의 경우 거제보다 도시 규모도 크고 차량들도 많지만 불법 주정차 단속에 걸리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며 "그만큼 창원이 주차공간을 비롯한 교통운영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징수된 과태료의 관리 체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제시는 현재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모두 '일반 회계'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거제시 회계과 관계자는 "납부된 과태료는 일반 회계를 통해 관리되므로 징수된 세입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교통행정과의 경우 징수된 세입보다 세출 금액이 더 크므로 걷어진 과태료는 100% 교통관련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거제시의 경우 세입 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따로 '특별회계' 관리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불법 주정차 과태료 세입이 8억에 불과한 통영시의 경우 해당 과태료를 '특별회계'를 통해 따로 관리하고 있다.

통영시 교통과 관계자는 "특별회계를 통해 관리 하면 불법주정차 과태료와 관련해 징수된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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