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대하는 법
고통을 대하는 법
  • 거제신문
  • 승인 201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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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기 위해 세면대에 따뜻한 물을 틀면 우리 집 세면대는 절대로 따뜻한 물이 바로 나오는 법이 없다.

한 일 이 분 정도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보일러가 작동이 되고 조금 후에 따뜻한 물이 나온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찬물이 어느 정도 나오다가 정말로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차갑고 시린 물이 어느 정도 나오고, 그 뒤에 곧바로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이다.

매일 겪는 일이지만 나는 이 현상을 겪을 때마다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실제 생활에서 알게 된 삶의 원리 하나를 터득하게 되었다. 따뜻한 물이 나오기 직전의 물이 가장 차갑다? 나는 과학도가 아니라서 그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현상을 우리 삶에 적용시켜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람으로 살아가다보면 여러 가지 고통과 어려움들을 겪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족이나 친구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할 정도로 어렵고 힘든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혹은 환경적인 고통을 겪고 살아간다. 사람이 어려운 시기를 견디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나 대게 두 가지로 반응을 보인다.

먼저, 고통에 꺾이는 사람이다. 고통이 다가오면 그는 괴로워하다 스스로 그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어려움에 맞서기를 포기하고 그만 삶을 포기하고, 공부하기를 포기하고, 승진하기를 포기하고, 성공하기를 포기하는 사람이다. 이것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선택하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어려움 없는 무난한 가정에서 편안하게 부모가 해주는 밥 먹고 부모가 주는 돈으로 경제적으로 쪼들림 없이 공부하다보니 어려움과 좌절이라는 것을 당최 겪어 보지 않은 이들이기 때문에 작은 고통이나 어려움이 다가와도 이겨내지 못하고 절망하고 좌절하고 고난에 맞서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둘째로 고통에 맞서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알고 있다. 동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며 따뜻한 물이 나오기 직전의 물이 가장 차갑기 때문에 조금만 더 견디면 조만간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듯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암담한 그들의 고통도 눈 녹듯이 사라지고 그들의 삶이 한마디 더 쑥 자라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이런 사람들이 바로 우리 사회를 받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고통과 어려움을 견뎌준 덕택에 지하자원이 전무하다시피한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대국의 반열에 섰고 우리의 민주주주의가 성장했으며 우리의 자랑스런 여동생 김연아, 산악인 오은선, 최근 골프 여제로 등극한 신지애 등 극한의 고통을 극복하고 일어선 인물들이 세계 유수한 미디어 매체를 장식하고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고통은 있다. 그리고 고통이라는 녀석은 얼굴이 무궁무진하게 다양해서 사람마다 겪는 종류도 다르고 또 사람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 이기고 다루는 방법도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적인 것은 그것이 어떤 종류든 간에 그 속에 놓인 사람은 힘들고 절망스러우며 말처럼 그렇게 고통을 극복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고통과 갈등이 있으나 그 중 한 가지만 말해보자면, 직장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이다. 누구든 직장인으로서 살다보면 직장 동료나 직장 상사들과의 어려운 관계에 놓이기도 한다. 그럴 때 정말 확 사표 쓰고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잠시 돌아서서 생각해보자.

긍정의 눈으로 보자. 고통은 나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며 내 그릇의 크기를 결정하는 절호의 기회다.

많은 어려움과 갈등을 겪을수록 나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내게로 와 쉼을 얻을 것이다. 내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그 목표를 성취하는 도중에 만나는 갈등과 어려움은 나의 목표를 더 가치 있게 하고 더 멋지고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출근 준비를 위해 따뜻한 물을 틀었다. 역시나 물은 차갑다. 하지만 기다린다. 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물이 나오고 나면 곧 바로 따뜻하고 뜨끈뜨끈한 물이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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