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山神)
산신(山神)
  • 거제신문
  • 승인 201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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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8091m의 안나푸르나 봉(峯)을 오르는데 성공하면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20번째 인물이자, 세계 최초의 여성으로 기록된 한국의 오은선 대장은 등정을 허락해 준 '안나푸르나 여신'에게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왜 하필 여신(女神)에게 감사의 합장을 했을까? 안나푸르나 봉을 지배하는 산신이 여신이라면 절집에 갔을 때 가람의 맨 위에 위치하고 있는 '산신각(山神閣)' 탱화에서 본 흰 수염의 할아버지는 남자가 아니란 말인가?

신(神)은 자연의 모든 사물에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우주관이 애니미즘(Animism)이다.

바위에도, 나무에도, 바다에도, 부엌에도, 화장실에도 그들만의 신이 있다. 하물며 살아서는 삶의 터전이요 죽어서는 음택(陰宅)이 되어줄 산을 관장하는 정령이 없을 리 없다.

훌륭하게 된 인물의 배경에는 산의 정기(精氣)가 한몫하고, 제사와 기도를 드릴 때도 사람들은 산을 찾는다. 산신은 애초 여신(女神)이었다.

산은 풍요와 생성, 잉태와 생명의 상징이며, 산의 포근함은 어머니의 품속으로 비유된다. 죽어 산으로 가는 것은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의 회귀로 볼만큼 산의 이미지는 여성이다. 따라서 산신은 본래 여성의 자리였다.

지금도 산신제를 지내려면 제관이 될 남자는 일정기간 자기 부인과 잠자리를 같이 해서는 안된다. 산신할매도 여자라 투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는 점차 모계중심 사회에서 부계사회로 이행하면서 산신의 자리까지 남성들이 넘보게 된다. 아직도 지리산, 계룡산, 속리산, 가야산, 모악산 등 여신이 관장하는 산이 남아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의 산은 남신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더구나 도교(道敎)의 신선사상(神仙思想)과 결부되면서 산신은 신선의 모습으로 동일시되어 버린다.

산신령이 남성화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속에는 여신에 대한 향수와 정서는 남아 있어 산은 언제나 포근한 어머니 품속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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