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거제신문
  • 승인 20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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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한(前漢)의 원제(元帝)왕은 북방의 흉노족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싸우는 것도 지친 왕은 그들과 화친을 맺기로 하고 자신의 후궁 중에서 한 명을 뽑아 흉노의 추장 선우(禪于)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막상 보내려고 하니 아깝기 그지없었다. 왕은 평소 후궁들의 얼굴을 초상화로 그려 보관하고 있다가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골라 잠자리를 같이 하곤 했다. 그렇다 보니 후궁들은 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궁중화가인 모연수(毛延壽)에게 뇌물을 주며 못생긴 얼굴도 예쁘게 그려 달라고 부탁해야만 했다.

후궁 중에 왕소군(王昭君)만은 워낙 미모가 뛰어난 탓에 그 미모만 믿고 뇌물을 주지 않자 모연수는 이를 괘씸하게 여겨 실물보다 형편없이 못생긴 얼굴로 그려 놓았다. 원제는 여러 장의 초상화 중에서 가장 못생긴 왕소군을 골라 보내기로 한다.

후궁을 떠나보내는 날 왕은 왕소군의 실물을 보고 그 미모에 놀라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 화가 난 왕은 초상화를 그린 모연수를 죽여 버린다. 서경잡기(西京雜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왕소군은 중국 역사상 4대 미인 중의 하나다. 4대 미인이라 함은 춘추시대 서시(西施), 한나라 때 왕소군, 삼국시대의 초선(貂蟬), 당나라의 양귀비(楊貴妃)로  이들은 역사를 바꿀만한 경국지색(傾國之色)의 미인들이었다.

흉노의 추장에게 바쳐진 비운의 여인 왕소군은 후대 많은 문인들에 의해 시로써 남겨지게 되는 데, 특히 동방규의 소군원(昭君怨)이란 시에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 유명하다.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라는 시의 첫 부분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올 봄은 유난히 봄이 봄 같지 않았다. 사흘이 멀다 하고 비가 찔끔거리고 4월에도 눈이 올만큼 기온이 낮았다. 그러더니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마저도 마지막 가는 봄을 잡지 못하고 여름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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