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우리 동네에 지방선거가 진행 중이다. 거제시의 행정 정치권력과 의회 정치권력 그리고 교육 정치권력이 정해지는 선거이다. 선거에 대한 주민의 무관심과 외면으로 선거의 결과가 거제 주민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기우에서 선거와 정치권력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주제가 무겁고 이론적인 내용이 많아 지루하고 압축진술이 되지 못한 점은 필자의 능력부족의 탓으로 미리 독자의 양해를 구하며 고려대학교 강성학 교수의 ‘카멜레온과 시지프스’ 그리고 ‘소크라테스와 시이저’의 내용을 참조한 점을 밝혀둔다
2. 정치권력의 의미
근대자유주의의 아버지인 토마스 홉스에 따르면 아직 정치권력이 존재하기 이전의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도덕적이지도 비도덕적이지도 않으며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하지만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은 고독하고, 가난하며, 불결하고, 야만적이며 단명하는 비참한 삶을 영위한다.
또한 인간은 심리적 구조의 견지에서 평등하며 그들의 바램을 충족하려는 능력에 있어서 대체로 평등하다. 다시 말해 그들의 비참함은 욕구와 죽음의 공포가 자연상태에서 평등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며, 영광과 권력 그리고 안전을 바란다. 그리고 끝없는 바램과 무한한 권력욕에 의해 치명적인 생존경쟁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이를 두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상태’라 한다
이와 같은 비참한 삶을 피하기 위해 인간들은 자신과 대적하는 모든 사람과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모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는 공동의 지도자나 주권자에게 복종하게 하는데 이를 가리켜 리바이어던(Leviathan), 즉 국가상태가 시작된다
국가상태에서 비소서 정치가 이루어진다. 그러면 정치란 무엇인가? 필자가 받아들이는 정치의 정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물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처럼 정치가 삶을 완전하고 고결하게 만들어 준다는 신념과 독일의 헌법학자인 칼 슈미터의 ‘정치란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다’라는 정의를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다
헨리 아담스는 ‘권력이란 독약이다’라고 하였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트라시마쿠스는 ‘권력이란 정의이다’라고 상반된 정의를 하였다. 필자는 한스 J. 모겐소의 ‘권력이란 부패한 형태의 사랑이다’를 받아들인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자 권력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게 강요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랑은 진정한 것이 아니라 부패한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 권력의 역할은 불가피하다. 정치는 여론과 압력, 권력, 선전, 또는 그 밖의 단순한 폭력이 충돌하는 현장이다. 인간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정치는 불가피한데 인간은 본질적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존재이므로 정치는 곧 권력투쟁의 장이된다
3. 선거의 의미
선거는 국민의 합의에 바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선임하는 행위로 개개인의 투표행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의 기본원칙으로는 사회적 신분(성별, 교육의 정도, 경제력의 정도)등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인정하는 보통선거의 원칙, 1인 1표제를 원칙으로 하는 평등선거의 원칙, 선거인 스스로가 직접 대의기관을 선출하는 직접선거의 원칙, 선거인의 의사결정이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비밀선거의 원칙, 선거과정에서 요구되는 선거권자의 의사형성의 자유와 의사실현의 자유 즉 투표행위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선거의 원칙이 있다
4. 선거를 통한 정치권력의 선택
선거는 권력투쟁의 방식을 가장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이며 사회계약을 이행하는 합리적인 수단이다. 오직 한 사람이나 특정의 세력집단만이 끊임없이 정치권력을 차지하려고 반민주적이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당연시 되는 선거의 기본원칙이 확립되는 과정은 수 많은 사람의 희생과 사회적 비용이 들었음을 지난 100년 간의 세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그냥 그저 주어진 원칙들이 아니고 부패한 형태의 사랑을 꿈꾸며 정치를 권력 투쟁의 산물로 여겨온 소수의 정치권력으로부터 빼앗은 것이다.
물리적 폭력과 막대한 경제력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쳐 정치권력을 쥐고자하는 이미 역사의 무덤 속에 사멸한 방법을 혹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사고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시대의 낙오자이다
5.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정치권력과 선거의 의미를 토대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정으로 거제시 주민의 안전과 행복을 증진시킬 후보자들에게 우리주민의 권력를 위임하는 절차인 선거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후보자를 선택할 때 결코 즉흥적으로 해서 안 될 것이며, 주변의 부탁이나 분위기에 휩싸여서도 안 될 것이다. 오로지 후보자의 공약과 그 공약의 실천 가능성과 후보자의 도덕성을 주어진 자료만이라도 꼼꼼히 살펴 보고 주민 개개인이 가슴에 품은 후보자를 선출한다면 훌흉한 선거의 결과를 가져 올 것으로 믿는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 비밀 하나를 말해줄게. 아주 간단한데, 무엇이든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되뇌었다.
우리도 되뇌어 보자. 후보자 선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