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학교, 학부모·학생 반응 '싸늘'
방과 후 학교, 학부모·학생 반응 '싸늘'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0.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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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띄어 싫다" 학생들 대부분 학원·과외 선호

학부모 인식 '한몫'…학교 운영 내실화도 짚어봐야

▲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 격차 완화를 목적으로 점차 확대실시 되고 있는 '방과후학교' 수업이 학생들의 낮은 호응도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고현 소재 모 중학교의 방과후학교 수업 모습.(본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두 아이 한 달 학원비만 해도 100만원이 넘는 돈이다. 일반적인 가정 한 달 벌이라고 해봤자 300만원이 조금 밑도는 수준이 아닌가. 애들 교육비인데 안 쓸 수도 없고 부모들 입장에선 참 답답한 노릇이다."

지난 10일 고현시장에서 만난 두 아이 엄마 김미란(45)씨는 한 달에 백만원이 넘는 사교육비가 '그저 일반적인 상황일 뿐'이라고 말한다. 주변의 '좀 한다 하는 집'의 사교육비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것.

김씨의 말에 따르면 영어 수학 한과목만 해도 50만원이 넘는 학원비를 받고 있고, 인기 과외 강사의 경우 한 과목당 수업료가 100만원 이상 넘어간다고 했다.

그만큼 사교육비 문제는 심각하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공교육 강화 대책이 바로 '방과후 학교 수업'의 확대. 비싼 돈 주고 학원, 과외 받지 말고 학교에서 알아서 공부시켜주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학부모 및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싸늘하다는 지적이다.

참교육학부모회 거제지부 관계자는 "거제의 중·고교에서 실시하는 '방과 후 학교' 수업에 대해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하루 종일 학교에서 정규수업 하기도 지친 교사들이 방과 후 수업을 하면서 의욕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0일 고현에서 만난 모 중학교 학생은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시키는 방과 후 학교가 정말 싫다"며 "솔직히 방과후 학교 수업을 받고 싶어서 받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방과 후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면 과외 받을 사람은 과외 받으러 가고 학원 갈 사람은 학원으로 간다"며 "한반 정원 40명 중 35명 이상이 학원과 과외수업을 계속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학교 입장이 난감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현재 20여개에 달하는 거제 내 인문계 중·고등학교 대부분이 방과후학교 수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율은 저조한 편으로 나타났다.

2009년 하반기 방과 후 학교 현황에 따르면 중학교의 경우 36.7%의 학생만이 방과 후 학교 수업을 수강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강제성을 띄고 시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현동 소재 한 중학교 관계자는 "교과 위주 수업의 경우 영어, 수학, 과학 등 세 과목을 개설해 한반에 20명을 정원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참여율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사실 일부 과목의 경우 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강되는 일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또다른 학교 관계자는 "방과후학교의 확대가 사교육비 절감으로 이어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바로 학부모들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사회 양극화에 따른 교육 격차를 완화해 교육복지를 구현, 학교·가정·사회가 연계한 지역 교육문화의 발전을 꾀한다는 것이 '방과 후 학교'의 도입 취지다.

장기적 실력완성을 주요하게 고려하는 학교측의 기대치와 단기적 점수 상승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사교육의 기대치가 다른데서 이같은 현상이 도래될 수도 있다.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을 탓하기에 앞서 각 학교측이 '방과후 학교'를 얼마나 충실히 운영하고 있느냐를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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