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는 총소리·어두운 분위기…암울했던 당시 상황 제대로 묘사
60년 전 '동족 상잔의 비극'…소름끼치 듯 피부에 느껴져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6월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기념관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분수광장에 개양된 16개국의 국기는 흐린 하늘에 비장함마저 더했다.
평일 오전이라 기념관 내부는 한산했다. 관광객 10여 명과 어린이집에서 견학 온 어린이들 정도가 관람하고 있어 북적이던 주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기념관으로 들어가는 관문과도 같은 탱크전시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양옆으로 그 당시 전쟁과 연관됐던 각국 대표들의 모형이 서 있다. 혼자 그 사이를 지나 오르는데 들려오는 비장한 음악소리에 싸늘함이 스친다.
오르막길을 올라 들어간 곳은 디오라마관. 국내 유일한 곳이라는 안내문에 좀 더 꼼꼼히 전시물들에 눈길을 줬다. 세 개의 모니터에서는 거제포로수용소 생활상을 영상으로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으며, 그 앞의 포로수용소 모형은 그 당시의 포로수용소 생활상을 가감 없이 재현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본 영상과 전시물은 '포로수용소 유적기념관'이라는 타이틀을 제대로 각인시켜주는 느낌이었다. '전쟁기념관'은 전국 각지에 있지만 포로수용소 유적기념관은 거제에 유일하다. 그런 면에서 포로수용소 유적기념관이 어떤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맛보기를 봤다는 느낌이었다.
포로생포관, 포로생활관, 포로폭동체험관 등의 기념관은 각각의 주제를 살려 포로수용소의 의미를 살려주고 있었다. 특히 포로폭동체험관은 들어가자마자 나는 총소리와 어두운 분위기로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앞서 둘러보았던 곳들이 주로 재현에 힘썼다면 포로수용소유적관에는 주로 기록물과 영상자료, 실존기록들을 살펴볼 수 있다. 포로들의 이송, 수송 장면, 송환 등 각종 사건에 대한 사진들은 그 당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런 자료가 잘 보존되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전쟁의 아픔을 느끼고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촬영지로도 쓰였던 포로수용소로 야외막사는 사진으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재현해 포로수용소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관람하던 아이들 역시 다른 곳에서보다 신기해하며 둘러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계단을 올라 잔존유적지를 둘러봤다. 현재 잔존유적지에는 경비대장 집무실, 경비대 막사 등의 구조물 일부만 남아 있다. 그러나 전시관을 둘러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불과 50여 년 전 이 곳에 6·25 전쟁 포로들이 생활했던 공간이 실존했구나' 하는 생각에 전쟁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안타까웠던 점은 이 곳의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적임에도 낙서 등의 훼손이 많아 아쉬움이 남았다.
50여 년 전, 거제도는 전쟁의 중심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17만 여 명의 포로들이 수용되어 있었던 역사가 새겨진 곳이었다. 6·25 60주년인 올해, 포로수용소는 전쟁의 아픔이라는 그 의미를 되새기기에 적격인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