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땅에 시집온 우리들을 위해 잔치를 마련해줘서 너무 기쁩니다. 이제 당당한 한국사람, 거제사람으로 살아갈 겁니다."
지난 15일 아주공설운동장.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 너머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100여 명의 여성들은 투호놀이와 제기차기 등 우리나라 전통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항아리에 던진 화살이 들어갈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설픈 몸짓이지만 한번이라도 많이 제기를 차기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한쪽에서는 찹쌀떡을 비비고 잘라 콩고물을 입히는 손길로 분주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운동장에 모인 이들은 거제에 살고 있는 결혼이민자 여성과 가족들이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다문화가족 한마당 대잔치는 결혼이민자 여성과 아주동민간의 화합과 축제의 장이었다.
결혼이민자 여성들은 모든 행사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낯설은 땅에 시집와 살며 쌓인 스트레스와 우울함을 한방에 날려 버리려는 듯 했다. 대부분 20대 초반인 이들은 작은 몸짓에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도시락이 배달됐다. 운동장 스탠드에 모인 결혼이민자 여성들은 도시락을 먹으며 다시 한번 웃음꽃을 피웠다.
점심시간 뒤에는 노래자랑과 레크레이션, 단체게임 등이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결혼이민자 여성들은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레크레이션 시간에는 아주동 풍물패들의 신명나는 가락에 맞춰 저마다 덩실덩실 춤을 췄다.
오후 3시께. 준비된 모든 행사가 마무리됐다. 결혼이민자 여성들은 행사를 마련하고 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낸 아주동 적십자봉사회원들과 어깨를 보듬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들 모두에게 오늘 하루는 이방인이나 타인이 아닌, 거제시민으로 하나됨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임옥수 거제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변함없는 사랑과 한결같은 정성으로 세 번째 행사를 마련해 준 아주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아주동 적십자봉사회에 감사하다"면서 "결혼이민자 여성들은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일꾼들인 만큼 결혼이라는 인연으로 맺어진 가정을 소중한 천생연분으로 가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