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는 강제가입인 기초건강보험과 가입강제성이 없는 임의보충건강보험으로 구분되는데, 민간보험 제도를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공단(公團)을 통한 국가 관리의 유형이다. 미국은 개인주의를 존중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스위스의 것을 취할 것 같다고 한다.
영국과 같은 사회주의국가는 의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제도로서 일견 이상적인 제도로 보이나, 영국 사람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영국 의료제도는 "숨 짧은 사람은 순번을 기다리다 숨넘어가는 제도이다"라고 비꼬아 말하며, 의사들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의사로서의 메리트가 없어 지망자가 적어 동남아 등지에서 의사를 수입하는 실정이라니 논외(論外)로 하자.
우리가 70년대에 처음으로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했을 때는 병원에서 의료보험대상자라고 하면 고칠 수 있는 병도 못 고친다고 할 만큼 취약했던 것이, 장족의 발전을 하여 미국 뿐 아니라 여러 개도국(開途國)들이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배우러 온다니 마음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밖에도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와 '휠체어전용택시제도'가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란 65세 이상 노인이 거동이 불편할 경우 영세보호자가 아니더라도 건강보험공단이 심사하여 1·2·3등급 중 한 가지 요양등급을 받으면, 20% 자기 부담으로 요양병원이나 요양소에서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에 의한 요양보호를 받을 수 있고 재가(在家)요양의 경우에는 15% 본인부담으로 요양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로서 생긴 지가 2년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요양등급을 받기가 너무 까다로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65세 이상 노인의 3분의 1 정도가 혜택을 받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5.7% 가량으로 미약하여 앞으로 4등급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봄직한 일이다.
다음으로 '휠체어전용택시제도'란 1·2등급 장애인과 휠체어를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 등에게 휠체어 탑재장치를 갖추고 요금도 저렴한 전용택시제도로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용하는 제도이다. 지역마다 '나드리콜'이니 '두리발'이니 하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도자체는 참 좋은 것이다. 그러나 '두리발'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전용택시를 이용하려면 하루 전날 오전 8시부터 예약을 받는 '예약제도'가 있고 수시로 필요할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즉시콜'이라는 제도가 있다.
예약의 경우 하루 전날 오전 8시부터 예약을 접수하기 때문에 오전 7시 반부터 전화를 걸면, 한 대 밖에 없는 전화가 오전 8시 반까지는 계속 불통이고 그 시간이 지나서 통화가 될 때는 이미 예약이 완료되었다고 하니 예약이란 하늘의 별 따기로서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재주가 좋아서 예약을 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즉시콜이란 1시간 전에 예약하는 것으로 이것 또한 이용 가능한 시간이 애매하여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사정이야 나름대로 있겠지만 요즘처럼 흔해빠진 디지털시스템은 어디다 쓰려고 달랑 전화 한 대로 굳이 아날로그시스템을 고집하는지 모를 일이다. 예약접수 전화의 대수를 늘리든지 아니면 디지털시스템을 갖추어 통화순서대로 번호가 입력되게 하여 순서에 따라 아날로그로 시간과 운행 장소를 확인하는 제도로 운영한다면 간단히 이용자의 불편 없이 공정하게 편리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첫술에 배부르랴' 하고 자위하면서도 하루 빨리 시스템이 개선되어 거동 불편한 노인들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