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시작된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의 시장실 점거사태가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일부 거제시장애인단체와도 마찰이 빚어져 파장이 일고 있다.
거제시장애인단체 일부(대표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시지회 김희천 회장)는 지난 9일 기자 회견을 통해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불법 점거 행위에 항의하며 조속히 돌아가 줄 것’을 요구하는 등 거제 장애인 문제가 ‘ 우리의 문제’ 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13일 거제시장애인단체의 주장에 대한 반박기자회견을 열면서 장애인 단체 간의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두 단체의 주장을 살펴보았다.

거제시 장애인의 문제 vs 경남 장애인 전체의 문제?
거제시장애인단체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권리 보호는 당연하다. 하지만 거제시 장애인 복지와 관련된 사항을 거제시 장애인 단체 대표들이 존재함에도 불구, 아무런 법적 대표성을 부여받지 못한 외부단체가 나서는 데 의구심이 든다”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3일 반박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과 교통약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는데 대표성이 왜 필요한지 묻고 싶다. 경남 전체 장애인들이 자립하고자 설립된 단체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엄연히 대표성이 있다. 주체가 누구든 당연한 주장을 하면 들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위정자의 자세다”고 반박했다.
저상버스 도입약속 지켜야 VS 노면상태 등 우리 문제 우리가 알아서
지난 2007년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거제시로부터 장애인 권리 확보를 위한 5대 요구안을 접수하고 그에 관한 합의문을 받아냈다.
협의 내용에 따르면 거제시는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2011년까지 거제시 전체버스의 33% 이상을 저상버스로 도입하고 2011년까지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20대를 연차적으로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거제시는 2009년까지 약속한 저상버스 9대 중 2대를 도입했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측이 말하는 약속 불이행의 대표적 사례기도 하다.
거제시장애인단체 측은 “거제시는 이미 저상버스를 도입해 운행하고 있으며 운행함에 있어 시행착오나 미비점은 점차 보완 확대해 나갈 것이다. 거제지역의 특성상 저상버스도입에 앞서 열악한 도로 개선이 더 시급하다. 이런 지역 특성을 간과하고 외부단체가 자신들이 정한 기준대로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거제시보다 더욱 열악한 도농복합도시인 밀양시도 저상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정부계획에서 2011년까지 전체 버스중 33%를 저상버스로 도입하도록 한 것은 도로개선 상황을 이미 고려한 것이 아니냐. 이는 거제시 교통연구용역결과에서도 나타난 결과다”고 맞받아쳤다.
시청 교통행정과 한 관계자는 “밀양시가 저상버스를 도입했다고 해도, 잘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장애인콜택시 사업, 특정업체가 운영권 쥐고 있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거제시가 조례를 어기면서까지 2010년 2월 자동차운송사업허가증도 없는 장애인 단체,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시 지부(지난 9일 기자회견을 한 단체) 에 운영권을 줬다. 그러나 자동차유상운송사업허가증은 3월에 발급했다. 거제시는 운수업체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시지부에게 교통약자콜택시 운영권을 준 것이고 지체장애인협회가 그 이권을 가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거제시장애인단체 측은 “경남장애인콜택시 사업을 1안)시 직영, 2안) 시설관리공단 위탁 3안) 1개 업체가 통합해 운수업체가 운영하라는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우리 거제시장애인의 요구와 대화를 통해 개선 발전시켜 나갈 일”이라고 일축했다.
시 관계자는 “허가증을 발급받지 않은 사업체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행정상의 미비점이 있어서 결정이 늦어졌을 뿐 적법상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 콜택시 사업은 비영리사업이다. 관련조례의 해석의 차이가 있는데 우리시의 해석이 틀리지 않았다. 그들의 요구대로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1. 같은 사회적 약자인 ‘거제시장애인 협회’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송정문: 거제시엔 13개의 장애인 단체가 있다.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에게 돌아갈 것을 요구한 단체는 그 중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시 지부를 비롯한 5개 단체다.
같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격려와 지지는 못할망정 거제시민과 거제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지 않는 거제시 행정의 대변자마냥 행동하는 것은 같은 장애인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
거제시 신장 장애인협회 등을 비롯한 나머지 7개 단체는 우리에게 뜻을 함께 하겠다고 밝혀왔다.
일부에선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가 ‘자립생활센터를 지어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장기 농성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 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송정문: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자립생활센터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거제시는 특이하게도 대부분의 장애인 관련 예산이 자립생활센터가 아닌 생활시설, 수용시설에 들어간다.
장애인 정책은 앞으로도 그들이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기반을 잡아주는 사업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돼야 한다.수용시설에 가두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그런 의미로 우리가 ‘거제시자립생활센터’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 건 맞다.
하지만 우리가 운영하겠다는 게 아니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거제시 안에서 지어 운영하라는 의미다. 우리가 자립생활센터를 받아서 운영비를 노린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노림수’ 같은 건 전혀 없다.
점거농성이 장기화 되고 있다. 언제까지 계속할 생각인가.
송정문 : 권민호 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우리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결코 농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이 보장될 때까지 강경하게 농성과 투쟁을 계속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