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일운면사무소 면장님 前”이라고 씌어진 제법 큰 택배가 면사무소로 배달돼 왔다.
택배 박스에는 장문의 편지와 함께 아름다운 선물이 들어 있었다. 사연의 주인공은 부산 대연동에 사는 김병관(73)·병언(70) 형제로, 지금부터 60년 전 일운면에 근무하던 한 공무원의 선행을 잊지 못해 때늦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편지와 작은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24일, 일주일 뒤 모친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당시 13살의 김병관, 10살의 김병언 형제 둘만이 피난길에 나서 흥남항구를 떠났다. 이 형제는 장승포에 도착한 후 다시 일운면 망치마을에 도착해 고달픈 생활로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 날 해질녘 일운면사무소 앞에 힘없이 주저앉았다고 한다.
두 형제의 안타까운 모습을 유심히 보던 일운면사무소 공무원이 모친의 피난 여부 확인과 함께, 추운 겨울 배고픔에 지쳐 울기 시작하는 동생의 안쓰러운 모습을 보고 당시 돈 500환을 주면서 죽이라도 사서 먹고 기운을 차리라고 했단다.
이 때의 고마움이 이 두 형제에게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큰 힘과 용기의 원천이 됐으며, 평생 갚아야 할 은혜인 동시에 마음의 짐이었다고 한다.
늦게나마 그 공무원의 이름도 모르고, 현재 있지도 않지만 일운면에 그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두 형제의 이름과 감사인사를 새긴 타올 30매를 보내왔다.
김용운 일운면장은 김병관씨와 통화를 하면서 “이렇게 잊지 않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 주신데 대해 우리 공무원들이 더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보내주신 선물은 우리 면 내 어렵게 사는 한부모 가정이나 독거노인들게 어르신의 뜻과 함게 전달하겠다. 한번 방문해 주시면 성심을 다해 모시겠다”고 했다.
김병관씨는 “이제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오히려 내가 더 홀가분하다. 죽기 전에 이렇게 부끄럽고 작은 것이지만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인 것 같다”며 “머잖아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자녀들과 함께 일운면을 방문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