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타인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미소, 타인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 거제신문
  • 승인 20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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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강 옥포교회 목사

'어린 왕자'의 작가 생떽쥐베리의 소설 중에 <미소>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생떽쥐베리는 전투기 조종사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다가 실종되었고, 전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가 제2차 세계대전 때에 독일과의 전투에 참여하기 전, 그는 스페인 내전에도 참여하여 파시스트들과 싸운 경험도 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을 토대로 지은 소설이 <미소>입니다. 그 소설의 내용은 이런 것입니다.

나는 전투 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서 감방에 갇혔다. 간수들의 경멸적인 시선과 거친 태도로 보아 다음 날 처형될 것이 분명하였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곤두섰으며 고통을 참기 어려웠다. 나는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 한 개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손이 떨려 그것을 겨우 입으로 가져갔다.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에게 모두 빼앗겨 버리었기 때문이다. 나는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보았으나 나에게 곁눈질도 주지 않았다.

나는 그를 불렀다. 그리고는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간수는 나를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기 위해 걸어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성냥을 켜는 사이에 무심결에 그의 시선이 내 시선과 마주쳤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신경이 곤두서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니까 미소를 안 지을 수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가슴속에, 우리들 두 인간 영혼 속에 하나의 불꽃이 점화되었다. 나의 미소는 창살을 넘어가 그의 입술에도 피어나게 했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나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내 눈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나 또한 그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그가 단순히 한 사람의 간수가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도 그러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도 자식이 있소?" "그럼요. 있구말구요." 나는 대답하면서 얼른 지갑을 꺼내 나의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 역시 자기 아이들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계획과 자식들에 대한 희망 등을 얘기했다.
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될 것과 내 자식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게 될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아무런 말도 없이 일어나 감옥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나를 밖으로 끌어내었다. 말없이 함께 감옥을 빠져나와 뒷길로 해서 마을 밖에까지 그는 나를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말도 남기지 채 뒤돌아서서 마을로 급히 가버렸다. 한 번의 미소가 내 목숨을 구해준 것이었다.

미소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열어 가슴과 가슴이 만나고, 영혼과 영혼이 만날 수 있게 하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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