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이스라엘 연구의 내용인즉슨, 슬픔, 기쁨, 분노, 혐오감 등 다양한 감정들을 유발시키고 그들의 얼굴에 일어난 표정의 변화를 비디오로 촬영해서 분석하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가족을 본 적이 없는 시각장애인 실험 대상자들의 표정이 그들의 가족 얼굴 표정과 너무도 유사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유사한 표정은 화난 얼굴에서 가장 두드러졌고 그 다음이 놀람, 혐오감, 기쁨의 표정 순이었다.
우리의 외모 뿐 아니라 표정조차도 유전적인 요소가 다분히 있으며 가족 유사성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이 연구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는 대부분 부모의 외모를 닮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수긍을 하고 우리가 부모 얼굴의 어떤 부분을 닮았는지 금방 알아낸다. 외모는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즉 성격이나 기질 같은 것도 닮는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임상연구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잊는다.
그런데 단순히 외모뿐 아니라 우리의 표정조차도 부모 자식 간에 유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내게서 새로운 발견이었다. 말하면서 거울로 자기의 화난 표정이나 기쁜 표정을 관찰하는 아무도 사람은 없다.
나도 내가 화났을 때 어떤 표정인지, 기쁨을 감출 수 없을 때는 어떤지, 당황할 때는 어떻게 내 얼굴에 당황함이 나타났다 사라지는지 모른다. 거울로 내가 보는 내 얼굴은 아침에 화장을 할 때 보는 그냥 아무런 생각 없는 얼굴뿐이다.
그런데 표정에 대한 이런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있다니 이제 나의 표정을 궁금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미 늙으셨지만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 표정을 생각해보면 내 표정이 어떤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는 화가 나면 얼굴 전체가 새치름해진다. 그리고 얇은 입술 양쪽에 힘을 주고 입을 꽉 다물어 버리신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다. 어머니가 기쁨을 표현하실 때는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의 톤이 높아진다. 나 역시 그렇다.
자, 대상을 바꾸어서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들의 표정을 보자. 그 표정이 누구를 닮았는가. 그 애들 역시 그들의 아버지 아니면 어머니의 표정을 닮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표정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자녀들의 표정이 자신들을 닮았는지 어땠는지 모르는 것뿐이다.
당신의 자녀가 화를 낼 때 눈썹을 치켜 올리고 마구 소리를 지른다면 아마 당신도 그럴 것이다. 당신이 웃을 때 입을 한가득 벌리고 박장대소한다면 분명 당신의 자녀들도 앞으로 그렇게 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녀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 우리는 우리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자녀들은 매일 우리의 다양한 표정을 보고 있다.
안 그래도 표정조차도 유전된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온 마당에 매일 우리의 화난 얼굴이나 소리 지르는 얼굴을 보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나 친구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스라엘의 연구자들의 연구 논문에는 없는 결론이지만, 만약 우리가 우리의 표정을 스스로 관리하고, 특히 화가 났을 때나 분노를 표현할 때 우리의 감정을 자제하고 내 얼굴에서 웃음과 평온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 자녀들의 표정도 따라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 저녁 밥상 앞에서 당신 아이들의 웃는 표정, 새침한 얼굴, 짜증내는 얼굴을 통해 당신이 알지 못하는 당신의 표정이 어떤지 살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 거제중앙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