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경직·의회-방관 속 농성 장기화 우려…장애인 단체간 갈등으로 비화
지난 7일 시작된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의 거제시청 연좌농성이 19일 현재 13일째 이어지고 있다.
맨 바닥에서 혹은 휠체어에 의지해 잠을 자고 라면 등으로 끼니를 떼운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다. 한 장애인은 몸이 아파 죽겠단다. 그러나 농성을 그만둘 수는 없단다. 몸이 성한 사람도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그들은 왜 이렇게 절규하고 있는가? 목숨까지 담보하며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그들.
그러나 그들은 "외부단체가 거제에서 왜 이러느냐, 연좌농성은 불법이다. 빨리 그만두고 돌아가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외면하고 비난하는 시선들에도 직면해 있다. 농성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공동체가 함께 안고가야 할 사회적 약자가 전체 장애인이다. 지역적 배타성, 단체의 논리 등은 오히려 부차적이다. 거제시가, 의회가 그리고 시민들이 이들에게 줄 수 있는게 무엇일까?

장애인단체간 갈등으로 비화
이들의 장기간 연좌농성은 '경남 대 거제시장애인단체'간의 대립, 갈등으로 비화했다. 여기에는 거제시와 의회가 크게 역할했다는 평가다.
(사)경남장애인자립센터협의회(이하 센터)의 연좌농성 3일째인 지난 9일 거제시 지체장애인협회 김희천 회장 등이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불법 점거 행위를 비난하며 조속히 돌아가 줄 것"과 "거제 장애인 문제는 ' 우리의 문제' 임으로 우리가 해결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지난 13일에는 농성중인 센터측이 반박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전선으로 나아가야 할 사회적 약자인 이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형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이에는 거제시의 경직된 태도와 의회의 무관심이 크다는 지적이다. 거제시는 시종일관 센터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거제시와 센터는 5개항의 주요 장애인 정책 이행을 합의했으나 그 이행도가 낮았고 센터가 연좌농성을 하게 된 배경이었다. 그럼에도 시는 센터를 배제한 채 거제시 장애인단체하고만 협의를 하고 협약서를 작성했다.
협약서에는 거제시 장애인총연합회장을 위임한 황성희씨, 지체장애인협회 김희천 회장, 장애인자립센터 김순득씨, 권민호 시장이 서명했다.
한 시의원은 "오히려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센터나 거제시장애인단체 등의 주장과 요구가 모두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센터, 거제시 장애인 단체 등과 함께 의논, 협의하고 해결점을 찾아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센터의 농성이 시청에서 장기간 이어지고 있고 이에따라 여러 불편과 잡음들이 무성함에도 의회는 별다른 조직적 대응을 않고 있다.
한 시민은 "거제시 장애인 복지확대, 이의 성실한 이행이 중요한 만큼 시는 전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거제시 전체장애인의 혜택을 염두에 둔다면 같이 협의하고 의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시 장애인의 문제 vs 경남 장애인 전체의 문제
거제시지체장애인협회(회장 김희천)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권리 보호는 당연하다. 하지만 거제시 장애인 복지와 관련된 사항을 거제시 장애인 단체 대표들이 존재함에도 불구, 아무런 법적 대표성을 부여받지 못한 외부단체가 나서는 데 의구심이 든다"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센터 측은 "장애인과 교통약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는데 대표성이 왜 필요한지 묻고 싶다. 경남 전체 장애인들이 자립하고자 설립된 단체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엄연히 대표성이 있다. 주체가 누구든 당연한 주장을 하면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저상버스 도입
2007년 센터 측과 거제시가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거제시는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2011년까지 거제시 전체버스의 33% 이상을 저상버스로 도입하고 2011년까지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20대를 연차적으로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거제시는 2009년까지 약속한 저상버스 9대 중 2대를 도입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지체장애인협회측은 "거제지역의 특성상 저상버스도입에 앞서 열악한 도로 개선이 더 시급하다. 이런 지역 특성을 간과하고 외부단체가 자신들이 정한 기준대로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센터 측은 "거제시보다 더욱 열악한 도농복합도시인 밀양시도 저상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장애인콜택시 사업
센터측은 "거제시가 조례를 어기면서까지 2010년 2월 자동차운송사업허가증도 없는 장애인 단체,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시 지부에 운영권을 줬다.
그러나 자동차유상운송사업허가증은 3월에 발급했다. 거제시는 운수업체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지체장애인협회 거제시지부에게 교통약자콜택시 운영권을 준 것이고 지체장애인협회가 그 이권을 가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거제시지체장애인단체 측은 "경남장애인콜택시 사업에 대한 요구사항(시 직영 또는 시설관리공단 위탁, 관련운수업체 위탁 운영)에 대해서도 우리 거제시장애인들이 요구하고 대화를 통해 개선 발전시켜 나갈 일"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