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일치·화해 위해 기도합시다
민족의 일치·화해 위해 기도합시다
  • 거제신문
  • 승인 201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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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강 옥포교회 목사

"로베레 장군"이란 영화는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적이 있습니다. 독일의 나치정권의 항거하는 레지스땅스들의 삶을 그린 영화이지요.

불란서의 수많은 레지스땅스들이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고 끌려가 무참하게 처형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한 사람은 저항운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체포되어 감옥에 갇힙니다.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소리 높여 하소연합니다. "나는 억울합니다. 저항운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나는 유대인을 죽인 일도 없습니다. 나는 장사나 하며 돈을 버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내가 왜 죽어야 합니까? 정말 억울합니다."

그 때였습니다. 그와 함께 갇힌 레지스땅스 가운데 한 사람이 나직이 그에게 말합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까? 그 한 가지 이유만이라도 당신은 죽어 마땅합니다. 왜냐하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5년 동안이나 계속 되었고 이미 수백만의 사람이 피를 흘리면서 죽었습니다. 많은 도시가 파괴되었습니다. 조국과 민족은 멸망직전에 놓여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니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합니다."

민족과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어려움을 보면서도 때로 팔짱을 끼고 나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은 공동체의 어려움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그러나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죄없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올 해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의 기념할 만한 의미 있는 해를 맞고 있습니다. 8·15 해방 6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아울러 굴욕적이었던 한일합방(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요, 한국전쟁의 비극이 60년이 되는 해이고, 4.19 민주혁명이 50년 되는 해이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30년,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역사를 회상하며 우리는 그 때에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혹 우리 역시 역사의 방관자되어 살아왔던 것은 아닙니까?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자의식이 필요합니다. 민족 공동체의 십자가를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세, 에스더, 유대의 암흑기에 활동했던 선지자들, 바울 등 많은 믿음의 선배들이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민족의 고난에 동참하는 신앙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근현대사 속에서 민족의 십자가를 졌던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3·1운동을 비롯한 일제하 민족해방운동에 헌신했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었습니다. 현대사의 혼돈 속에서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노력했던 그리스도인들이 있었습니다. 민족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른 사람들입니다.

8.15해방 65주년을 지내며 민족의 역사 속에 살아가는 신앙인의 책무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제 민족의 십자가를 지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방관하지 않고 기도하고 실천하는 한국교회와 신앙인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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