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짓느라고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잡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훌쩍 커버린 것 같아 대견하기도 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년의 재수기간동안 집을 떠났고, 대학엘 다니면서는 부득이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이젠 제법 긴 시간을 우리는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는 군 복무를 기피하는 현상도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병역의 면제를 받고자 했고, 보다 쉬운 병영생활을 위해 연줄을 찾아 부탁하곤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군 복무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성이라면 반드시 마쳐야 할 의무이자 신성한 권리이다.
또한 군대라는 것이 책임감과 조직에의 적응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인 데다 한참 배워야 하는 나이이니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대의 나이에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꿈꾸는 만큼 성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성공의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성공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것이고, 그것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 내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공의 최종적인 목표는 개인이 돈이나 권력, 명예를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휴머니즘의 완성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끔 네가 내게 던진 물음 중에서 ' 아버지! 여자가 인생의 성공에 도움이 될까요?'라는 것이 있었다.
그때 나는 네게 ' 어떤 여자를 만나는가가 문제일 것이다. 여자란 때론 도움도 되고, 때론 방해도 된다'라고 말했다.
여자의 문제로 잠깐씩 고민하는 모습도 보고, 왠지 이성(異姓)앞에서는 자신 없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나 일에 매진해야 할 시간에 이성의 문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그 말을 이젠 이렇게 바꾸고 싶다. '만나는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다. 즉, 너 자신에게 달려있다'라고.
20대에 해볼 수 있는 것이 공부 외에 사랑도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사람을 깊이 있게 사랑 해보고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배워보기 바란다.
모든 것을 버려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 상대에게 빠져도 보고, 그 상대와 아름다운 미래도 설계해 보며, 함께 있는 모든 시간이 축복이며, 서로가 나누는 대화는 아름다운 노래이고 시(詩)라고 생각이 들 만큼 말이다.
이별을 염두에 두고 만나면 제대로 사랑할 수 없다. 이별을 두려워하면 제대로 사랑할 수가 없다.
'부활' '닥터 지바고' '죄와 벌' '김약국의 딸들' '토지' 등 우리가 읽은 대부분의 위대한 문학과 예술작품들이 사랑과 이별에 관한 것이고, 그 속의 일관된 흐름은 사랑을 통해 인간은 행복을 배우고 그리고 이별의 고통을 통해 인간의 영혼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성숙한다는 말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별의 고통앞에 주저앉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딛고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라는 말이다. 세월이 흘러 모든 이별이 일상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 때쯤이면, 사랑과 이별은 늘 함께 다니는 친구라는 의미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 범휘야!
그러나 무엇보다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거라. 그리고 군대에 가서 강한 남자로 변신하기 바란다.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세상의 어디에 내던져지더라도 끝까지 살아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그런 아들이 되어라.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모든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 말을 나도 너에게 하고 싶다. 잘 다녀 오너라. <(사)경남박물관협의회장·거제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