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정도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학생이 관심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요선도(要善導) 학생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 젊은 청년이 있다. 그는 26세라는 늦은 나이에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여 한국인 최초로 국제 5대 메이저 광고제에서 12개의 상을 휩쓸었고, 세계 2대 광고제의 최우수상과 본상을 탔다. 역시 역대 최초다.
그는 지금 한양대와 중앙대에서 겸임교수로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으며 영화 연출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 말하면 대부분 어느 중산층에서 잘 자란 청년의 성공담 얘기를 한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이다. 그가 바로 광고회사 '빅앤트 인터내셔널'의 대표 박서원씨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기억하는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성적을 나쁘게 받아오면 "다음엔 잘 할거지?" 라며 그를 믿어주었다고 한다.
그의 성적에 대한 거짓말이 여러 번 반복되어도 그의 아버지는 그를 거짓말을 일삼는 양치기 소년 취급하지 않고 그를 끝까지 믿어주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는 강의실 대신에 여행을 다녔고 학사경고를 두 학기나 받았다. 접시 닦이, 세차장 직원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나이 26세, 드디어 그는 진정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 그것이 바로 디자인이었다.
이 청년이 진정 매진하고 싶은 일을 찾기까지 그의 부모는 그동안 얼마나 애가 탔겠는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아들이 백수건달로 놀고만 있었으니. 그러나 그의 부모는 그에게 어떤 종류의 압박감도 주지 않았다고 그는 고백했다.
그 청년도 청년이지만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아들이 스스로 재능을 찾고 천직을 발견할 때까지 기다려준 그 부모의 인내심이 진정으로 존경스럽다.
사람에 따라 자기의 천직을 찾는 것이 늦을 수도 있다. 늦게 자신이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을 발견할 수도 있다.
가족이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평생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하고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평생 동안 하는 것 보다는 늦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 그 길을 가는 것이 짧은 생을 사는 우리의 진정한 행복이리라.
아직도 많은 우리 대한민국 부모들은 공부를 잘해야 인생의 길이 확 열리고 탄탄대로가 펼쳐진다고 생각하여 그들의 자녀들에게 공부, 공부, 일류 대학을 외친다. 그래서 어떤 어머니들은 파출부를 해서라도 애들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가운데 자녀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자녀를 한번 생각해 보시라. 공부 외에 당신의 자녀가 가장 하고 싶어 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당신이 살아보니 진정 공부를 잘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이던가?
요즘 TV에서 방송하는 광고 문구 하나가 생각난다.
"형광펜으로 요점 정리에 열중하는 아이도 있지만, 형광펜으로 손톱 정리에 열중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지우고 또 지워서 정답에 도전하는 아이도 있지만, 지우고 또 지워서 작품에 도전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노트 정리를 잘 하는 아이도 있지만 머리 정리를 잘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모든 아이가 이 땅에 공부를 잘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여러 갈래 길을 열어주세요. 아이들 스스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모든 아이가 이 땅에 공부를 잘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라는 구절에서 가슴이 짠해졌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다 1등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 각자에게는 그들 자신만의 재능과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나는 그것을 찾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거제중앙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