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해경서장 "통항 분리제 도입" 마산청에 제안
마산청 "또다른 문제 발생 우려, 신중한 검토 필요한 사안"

지난 12일 유조선과 어선이 충돌하면서 거제해안으로 다량의 기름이 유출된 것과 관련, 사고 지역 인근의 항로를 분리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거제 남부면 끝자락과 대병대도 사이의 항로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잇는 해상교통의 요지이자 뱃길로는 최단거리인 탓에 선박 통행량이 많고 선박간 충돌사고가 빈번한 구간이라는 것. 이번 유조선 충돌 사고도 이 구간 항로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제2, 제3의 유사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로 거제시는 막대한 수산업 피해를 입은 것으로 현재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이후 또다른 대형 피해를 예방하기위해서라도 항로분리 등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지정항로가 없는 이곳은 과거부터 선박들이 주로 이용해온 뱃길을 권장항로로 정해놓고 있는 실정이다. 권장항로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적인 뱃길을 의미한다.
이곳을 통과하지 않으면 수마일 떨어진 매물도를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경남과 전남을 오가는 대다수의 상선들은 물류비 절감을 위해 이 항로를 선호하고 있다.
특히 유류 적재량이 1,500㎘이하인 유조선들은 해상교통안전법상 유조선통항금지해역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해당 항로를 적극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구간은 전체 항로 폭이 1마일(1.6㎞)정도로 좁은데다 상습 안개발생 구간인 탓에 위험성이 아주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2월에도 이 항로에서 유조선 충돌이 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고 기름유출량도 적었지만 대형 기름유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 직후 이성범 통영해양경찰서장은 마산지방해양항만청에 이 구간 항로를 분리하는 '통항분리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통항분리제는 특정 항로에 선박이 통행할 수 없는 0.3마일 너비의 통항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좌측을 상행선, 우측을 하행선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성범 서장은 "대병대도 수로는 좁은데도 각종 선박 통행이 많은 곳으로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위협적인 운행이 되고 있다"며 "선박 충돌 사고는 대부분 마주보는 상호 충돌인 만큼 어민들과 선박운항자들에게 통항분리 수로를 인식시키면 많은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해상교통량이 많은 경남의 홍도 항로, 전남의 보길도와 거문도 항로 등 3곳에 동서 방향을 구분, 통항할 수 있도록 통항분리수역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관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반응은 시큰둥한 상황이다. 마산청 담당자는 "통항분리수역 지정에 따른 또 다른 문제점 발생도 충분히 검토돼 야할 사안이다. 단순히 사고가 많다고 해서 통항분리를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것.
"통항분리 시행시 분리 구역의 안전성이 높아질 순 있지만 구간 진출입로는 교차로가 돼 지금보다 더 위험질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