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넓힐까? 차를 줄일까?
길을 넓힐까? 차를 줄일까?
  • 거제신문
  • 승인 201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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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원 본지 칼럼위원

▲ 황수원 (사)경남박물관협의회장/거제박물관장
요즘 주말에 차를 몰고 고현에 가본 사람이면 누구나 정체(停滯)를 경험한다. 이제 다소 투덜거리긴 해도 일상화 되다시피 한 이 일도 이 정도면 견딜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코앞으로 다가온 거가대교의 개통을 생각하면 현재의 도로사정으로는 원활한 소통이 어려우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거제를 일주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도로를 뜯어놓고 공사가 한창이다. 굽은 길을 바로 펴고 좁은 도로를 넓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로는 협소하다. 그래서 자꾸 도로를 넓히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한 편 자동차의 증가추세를 보면 아무리 도로를 넓혀도 부분적인 정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도로를 넓히는 데 사용될 예산의 확보도 만만치 않다.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요일 운행제라는 것을 만들어도 효과는 미미하다. 그래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라고 하면' 당신이나 이용해라.'라는 식이다.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원하는 곳까지 여러 면에서 편하게 다니려고 하고, 자가용이라는 곳이 작은 자신만의 사적(私的)인 공간으로 변하면서 버스를 타는 것을 피하기 때문이다. 

몇년 전 '꿈의 도시 꾸리찌바'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책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지만, 그 중에서 교통문제도 해결해 가는 방법도 볼 수 있었다.

환승체계를 좀더 편하게 하고, 번화가 쪽으로 직접 자가용을 운행하지 못하게 하며, 대중교통의 서비스를 여러가지 면에서 개선하는 것이다. 아예 번화가에는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노천 까페테리아를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서 대중교통의 수단을 다양화한다. 버스, 자전거, 전기차등을 다니게하고, 그것도 지금처럼 '블루시티 거제'를 상징한다고 하여 푸른색으로 도색하지 말고, 꽃도 그리고 유명한 화가의 그림도 소개하면서 예술과 미적인 감각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몰고 다니는 자가용은 도심 주변까지만 운행하도록 하고, 주차장을 만들어 주차하도록 하고 도심쪽의 진입은 아름답고 정감있는 다양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토록 해보면 어떨까?

우리가 이 일을 성공하면 많은 이들이 이것을 보러 올 것이고, 기꺼이 거가대교의 거제측 진입로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두고 우리의 교통수단을 사용하려 할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호기심과 편의성, 그리고 쾌적함, 경제성 등 전반적인 상황을 염두에 둘 수 있도록 자극하면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노천까페는 우리생활의 여유를 가져다 줄 것이다.

고현과 옥포의 일부에 시험 삼아서라도 해 볼 만하다. 차를 가진 사람들의 작은 양보가 우리도시를 아름답고 쾌적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간혹, '무거운 짐은 어떻게 실어 나르지?' 하고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영업이 끝난 한 밤중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 거제가 잘 산다. 단군이래 이렇게 풍요로운 적은 없었다. 국내에서 수위를 다툴 정도면, 세계에서도 수위를 다툰다. 일본이나 미국, 영국이나 독일이 잘산다고 해도 개인의 가처분 소득을 따지면 우리보다 나을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게 부족한 것이 있다. 그들과 비교하면 공공의 질서를 위한 개인적 책임이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공적인 부담을 회피하려 한다. 그 뿐 만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소양과 관심이 경제적 수준에 비하면 무척 뒤떨어진다.

'관광 휴양도시, 거제'라는 말은 외지인에게 거제를 소개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슬로건이지만, 정작 거제에 사는 우리로서는 '문화의 도시, 예술의 도시, 환경의 도시, 교육의 도시 이런 것이 거제의 미래를 설계할 철학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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