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생산성향상 노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면에 숨어있는 [환율효과에 의한 부(富)의 이전 효과]를 생각하면, 전국민적인 희생 위에 이들 대기업의 성장이 지탱되고 있다는 것을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이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는 장남을 공부시켜 출세시키기 위해 나머지 가족들이 희생하는 것과 같은 논리의 연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적 선택이었고, 이제 출세한 장남인 대기업들이 답해야 할 차례인 것이다.
거제시 양대조선소의 협력업체들에 대해 양대조선소는 책임이 있다. 협력업체들의 고용에 대해서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 거제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시급히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다행히 거제시의 조선산업은 원화약세에 따라 수주경쟁력에서 이익을 많이 보는 산업이다. 최근의 원화약세는 일반 거제시민에게는 물가고의 주범이 되지만, 양대 조선소의 조선경기를 유지하는 데에는 발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조선산업은 이미 수주규모 면에서 10년 후퇴했다.
그리고 원화약세는 이번의 금리인상이 아니라도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었고, 원화가치와 가격의 인위적인 괴리를 초래하는 정부의 원화약세 정책은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재앙만을 불러왔다는 것은 실증된 일이다.
조선산업의 활황과 성장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든 거제시의 경제환경은 이제 중대한 기로에 처해있다. 너무 오래 장미 빛 환상 속에 살았기 때문에 몰락의 고통은 몇 배로 아프게 느껴질 것이다.
민선 지방자치시대는 이제 지역경제를 어떻게 활성화 시키는지가 자치단체장의 능력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가 될 것이다.
거제에 투자가 몰려오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거가대교의 개통과 더불어 이순신대교의 추진, 거제~일본간 여객항로개설 및 한일해저터널의 공론화가 거제를 기회의 땅으로 투자자들에게 각인시키는 핵심적인 컨텐츠이다.
조금 더 나가면,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거제시와 거제시 의회가 부산을 도와야 한다. 거제시는 부산시의 국제적인 브랜드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2 Port, 3 Port를 가진 외국의 대도시들은 실제 그 공항이나 항구가 도시의 경계밖에 존재함에도 그 대도시의 항구나 공항처럼 인식된다.
거제에 국제여객선이 들어와도 외국에서는 부산으로 가는 것이다. 외자를 유치할 때에도 경남의 브랜드 보다는 부산시가 유리하다. 행정구역을 초월하는 부산시와의 상생협약이 그렇기 때문에 필요하다.
상황은 어렵지만 그래도 거제시에는 많은 기회가 있다. 그러나 기회에는 시한이 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때에도, 6.25전쟁 때에도 돈 버는 사람은 있었다. 세계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뭘 할 수 있겠어하는 패배주의적인 사고에는 기회가 없다.
부산이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나아가면 거제는 바로 부산이고, 해양 및 관광산업의 국제적인 중심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선언과 구호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이런 거제시 경제환경의 절박한 상황에도 거제시의회는 개원 전부터 자리싸움이나 하고, 경남도 의회도 피장파장이다. "문제는 경제야. 멍청이야(It's economy. Stupid!)"라는 빌 클린턴의 선거구호가 정말로 적절한 때는 지금일 것 같다. 경제는 서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이다. 아니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죽고 사는 문제이다.
거제시 차원에서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고, 세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예산을 절감하여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일 보다 중요한 것이 지자체의 국민소득수준을 높일 수 있는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실제 성장을 이뤄내는 일이다.
거제시민이 광대나 연예인을 놓고 인기투표 하듯이 단체장과 선량들을 선출한 것이 아니라면, 행사에 참석해 얼굴 비추기에 몰두하는 정치인들 보다는 정말 진지하게 거제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깊은 사색을 하는 정치인들이기를 기대하면서 이번 경제시평은 여기서 마무리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