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수험장 2곳에서 어처구니없는 방송사고가 발생해 수험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피해를 구제해 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없어 듣기평가 방송사고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지역 A고교에서 시험을 친 수험생들에 따르면 3교시 외국어 영역 듣기평가 7번 문항부터 2분여 동안 방송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방송문제가 발생한 교실은 전체 20개 수험장 가운데 10곳으로 수험생 수는 218명에 달했다.
학교 측은 곧바로 듣기평가 방송을 중단했고, 10개 수험장 감독교사들은 다른 필기문항을 풀도록 수험생들을 지도했다. 문제발생 15분 뒤 듣기평가 문제가 다시 출제됐고 외국어 영역 시험시간은 2분가량 연장했다.
이 사고로 10개 고사장 학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평소와 달리 듣기평가문제를 다 치르지 못한 채 필기문항을 풀어야 했고, 방송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다시 듣기평가문제를 푼 뒤 나머지 시험을 치러야 했다. 수능시험을 대비해 준비해 온 리듬이 한순간에 깨진 것이다.
이 학교에서 시험을 친 거제중앙고 3학년 B양은 "다른 교실에서 들리는 듣기평가 문제소리 때문에 문제풀이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면서 "가채점을 해보니 10점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이 점수라면 수능등급 자체가 달라진다"며 허탈해했다.
거제중앙고 진학지도 담당 C교사는 "문제의 고사장에 있었던 학생들이 가채점을 하면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여학생들의 경우에는 담임교사를 찾아 눈물을 펑펑 흘리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수험생 학부모 D씨는 "시험과정에서 잘못된 점이 발생했다면 분명히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면서 "학교측과 교육지원청 등에 항의를 해봐도 책임을 진다고 하는 곳이 없어 울화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씨는 또 "내년에도 같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만큼 철저한 점검을 통해 다시는 수험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 관계자는 "듣기평가 방송사고 직후 학교에 있던 경남도교육청 감독관과 논의를 해 일부고사장의 방송을 중단하고 듣기평가를 다시 치를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도교육청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듣기평가 CD 결함 여부에 대해 확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수험생들이 느꼈을 심리적 압박감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수능시험을 치른 E고교에서도 듣기평가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했다. 1교시 언어역역 듣기평가에서 3번 문항이 세 번 연속으로 방송됐다. 소위 CD가 튀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다행히 정상적인 방송이 이어지면서 2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고 이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던 488명의 수험생들은 정상적인 시험을 치렀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듣기평가의 더 좋은 음질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CD를 도입했지만 다소의 문제점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된 거제지역 두 곳 수험장의 CD를 수거해 한국교육평가원에 이상 유무 확인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