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 방법밖에 없는가하고 몇 일을 고민했습니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난마로 얽힌 이 고리디우스의 매듭 같은 상황 역시 그 매듭을 단칼로 베어낸 알렉산드 대왕처럼 의외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우선 가덕도신공항 유치 거제시민연대 집행부가 10월 8일의 발기인 대회 이후 참으로 바쁜 일정들을 소화해 왔고, 소소한 성과도 적지 않으며,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 대표님들과 여러 집행위원님들의 노고가 결정적이었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그간의 열정과 노고는 분명히 치하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내년 3월의 동남권신공항 입지의 선정과 관련해서 가덕신공항 유치전은 대세의 변곡점을 지나고 승리의 고지가 멀지 않은 듯 합니다. 이 과정에서 거제는 거제시의회의 부산방문과 거제시민연대의 활동으로 충분한 기여와 의견표출을 했습니다. 대구, 경북의 지역정치적이고 지역이기주의적인 논리에 대한 비판도 충분히 했습니다. 중앙지와 지방지를 넘나드는 수 많은 언론 보도 등으로 거제시의 입장과 지향은 중앙정부에 명백하게 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제 겸허하게 가덕도신공항 유치 거제시민연대 스스로를 돌아볼 차례입니다. 의례 그렇듯이 자기검열의 시기가 왔습니다. 내년 3월까지의 한시적 조직이라고 방심했습니다. 그러나 지방정치적인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공간은 없었습니다. 굳이 객관적인 시선과 평가를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우선 저부터 가덕도신공항 유치 거제시민연대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그것이 저 개인적으로 멍에였든 명예였든 이제 내려놓을 때가 왔습니다. 집행위원님들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말씀드리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인 데, 그러면 도저히 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먼저 공개적으로 의사표명을 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는 이제 절대다수 거제시민의 염원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거제의 어느 정치세력도 어떤 사람이나 단체도 가덕도신공항의 명분위에 군림해서는 안 됩니다. 이 명분은 어느 누구도 독점할 수 없고 독점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충분히 확인한 바, 가덕도신공항 유치가 온전히 거제시민들의 바람이라면 가덕도신공항 유치의 대의를 거제시민들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합니다.
가덕도신공항 유치 거제시민연대가 특정 정치세력과 관련이 있다는 혐의는 다소 억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스스로를 ‘도편추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저한 잘못이 있다기 보다, 만에 하나 잘못되었을 경우 그 결과가 너무나 우려되는 사람들에게 내려진 퇴출 방법이 아테네의 ‘도편추방’이란 처벌입니다.
심지어 소크라테스도, 아테네를 위협하던 대제국 페르시아의 해군을 살라미스 해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격퇴시킨 데미스토클레스도 그 대중적인 인지도 때문에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간주되어 도편추방(Ostracism)을 당하였습니다.
허울 좋은 명분으로 포장하여 민간권력이 되는 시민단체처럼 이 자리가 독이든 성배(聖杯)이거나 푼돈이나 받아쓰는 관변단체라는 비난과 돌팔매질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나침 없이 스스로 삼가는 것이 지혜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라도 박수칠 수 있을 때 다시 선구자의 자리인 빈들(曠野)과 광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활동에 대한 평가는 거제역사의 몫으로 남겨두었으면 합니다.
더구나 거제는 때이른 2012년 총선 움직임이 있고, 지난 6ㆍ2 선거의 여진도 가라앉지 않은 상황입니다. 설령 오해라 하드라도 시비의 소지가 있다면 가덕도신공항 유치운동의 대의명분을 위해 가덕도신공항 유치 거제시민연대는 어느 누가 보드라도 오해할 소지가 없게 정치적으로 탈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굳이 표현한다면 이것도 지방정치의 예의나 예법을 따르는 것이라고 봅니다.
거제발전을 위해 가덕신공항 유치가 필요하고, 본질에 있어서 이권이 없는 봉사활동이었든 만큼 우리 집행위원 전부가 자원봉사자로 백의종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일련의 시민연대 차원의 사업들이 남아있지만, 국책사업이니만큼 가덕도신공항 유치 거제시민연대 집행부 변화가 신공항 입지선정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최종 결정은 위원님들 각자가 하실 일이지만, 저는 집행위원장직을 사직하면서 집행부 전원의 명예로운 퇴진을 간절히 요청 드립니다. 가덕도신공항 유치 거제시민연대를 거제시민들에게 돌려드립시다. 새로운 시민 집행부가 들어설 수 있게 도웁시다. 저는 도울 일이 있다면 자원봉사자로 열심히 도우겠습니다. 무례가 있다면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하면서 제 주장에 대한 심사숙고를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