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사현장에서 인도네시아인 솔레씨(23)가 추락, 병원을 이리저리 돌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사인이 저혈량성 쇼크로 밝혀졌다. 쉽게 말해 장기내 출혈을 제때 방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적절한 응급조치를 가능케 하는 지역내 응급의료체계를 면밀히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하필 토요일이었다. 인도네시아 출신 건설 노동자 솔레씨가 옥포지역 건축 공사 현장 4m 높이에서 추락했다. 솔레씨가 동료와 함께 인근 A 병원을 찾은 시간은 오후 2시43분.
A병원 관계자는 "2m 높이에서 떨어지면서 배가 부딪혔다고 했다. 가슴과 배가 아프다는 호소를 했지만 의식은 멀쩡했고 혈압도 정상이었다. 외상도 없었다. 복부 출혈이 의심됐다. 그렇지만 좀 더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종합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솔레씨와 동료는 지역내 B 종합병원에 3시 24분에 도착했고 CT 촬영 등 진료를 받았다. B 병원 관계자는 "당시 의식은 명료했지만 CT 촬영결과 췌장파열이 심해 사망까지 갈 확률이 높았다. 또 췌장손상의 경우 외과 수술중에서도 최고 난이도 수술이고 내가 있었다고 해도 집도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창원 삼성병원으로 후송 조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솔레씨는 삼성병원행 후송차에 태워졌고 3시간여 후인 오후 6시 29분에 삼성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급히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솔레씨는 21일 06시 40분에 사망했다. 직접사인은 '저혈량성 쇼크', 중간선행 사인은 '복강내 다발성 장,간 동맥파열'이었다.
공사 현장에서의 사고원인, 안전조치 유무 등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과 노동청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렷한 의식, 정상혈압으로 걸어서 A병원까지 갔던 솔레씨가 이 병원, 저 병원을 돌다 결국 사망한 것이다.
이 사례는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은 물론 특히 지역내 응급의료체계에 대해 더욱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선 근로자는 "6만이 넘는 근로자들이 조선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곳이 거제다. 사고를 항상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응급의료 체계의 준비와 수준이 중요하다. 응급의료 대응 부족 및 지체로 근로자들이 죽음에까지 이르는 일은 최대한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