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의 주인공은 지난 7월 ‘60년 세월을 간직한 아름다운 선물’을 보내 준 김병관 어르신.
김씨는 “오늘 중으로 달력이 택배로 배달될 것”이라며 “유용하게 잘 사용해 달라”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잘 알던 인쇄소에서 달력을 제작했는데, 달력이 완성됐다는 전화를 받고 지난 토요일 대금을 지불하러 갔더니, 인쇄소 사장이 그동안의 사연을 듣고는 달력 대금을 극구 사양했다”며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몸 둘 바를 몰랐다. 택배비까지도 받질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묵직한 박스 하나가 일운면장 앞으로 배달됐다. 박스에는 김병관 어르신과 인쇄소 사장님의 합작품인 탁상용 달력 50부가 들어 있었다.
이 달력은 60년 전인 1950년 12월 24일, 흥남부두에서 어린 동생과 함께 홀로 피난길에 오른 김병관 어르신이 장승포항구에 도착해 일운면 망치에서 고달픈 생활을 하던 중 일운면사무소 앞에 주저앉아 있던 어린 형제의 모습을 지켜본 어느 공무원이 동생에게 죽이라도 사 먹이라고 건네 준 500환이 인연이 돼 오늘 다시 일운면에 배달돼 온 것.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일운면 공무원이 건네 준 500환은 이 두 형제분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한 힘과 용기의 원천이 됐다. 그 고마움을 60년 동안 간직했던 김병관·김병언 형제는 지난 7월 두 사람의 이름을 새긴 타올 30매를 전달했고, 이날 탁상용 달력 50부를 일운면에 기탁한 것이다.
특히 이번 탁상용 달력은 김병관 어르신의 사연을 들으신 인쇄소 사장의 또 다른 사랑이 담겨져 있다.
최명호 면장은 “이 달력을 면사무소에 배치해 한 공무원의 봉사가 어느 사람에게는 삶의 용기가 되고,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낳게 돼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일 깨달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무료로 달력을 제작해 준 인쇄소 사장은 “내가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은 오히려 부끄럽다. 오랫동안 지켜봐 온 김병관 어르신은 본인도 넉넉한 형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살아오셔서 그런지 항상 고아원이나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려고 하시는 분”이라면서 “나도 그분의 뜻을 받들어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려고 한 것뿐이다. 오히려 내가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