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남편에 바친 청춘, 아깝지 않다"
"병든 남편에 바친 청춘, 아깝지 않다"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0.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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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면 이복점씨, 위궤양성출혈로 쓰러진 남편 26년째 수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빚…"어렵지만 희망 잃지 않아"

▲ 지난 23일 거제 백병원 중환자실에서 이복점씨가 남편 신용주씨를 간호하고 있다. 신용주씨는 현재까지 26년간 혼자서는 거동도 하지 못한 채 부인의 병 수발에 의존해 힘겨운 투병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병든 남편을 26년간 수발하며 청춘을 바쳤던 이복점씨(53)의 딱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985년 한창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었던 이씨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생긴다. 이복점씨의 남편인 신용주씨(59)가 갑자기 위궤양성출혈로 쓰러진 것. 이씨의 고단한 삶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두 살배기 첫째 딸과 갓 태어난 둘째딸을 여자 혼자 힘으로 키워내야 했다. 그녀의 도움 없인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남편의 병수발도 감내했다. 묵묵히 인내한 세월이 벌써 26년이 흘렀다.<본지 2009년 10월 12일 보도>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허드렛일을 하면서 두 딸을 공부시켰고 혼자서는 물 한모금 마실 수도 없는 남편 곁을 변함없이 지켰다. '벌써 도망가고도 남았을 시절'이었지만 이씨는 두 딸과 병든 남편을 버릴 수가 없었다.

'동지가 지나가면 좋을 일만 생길 거예요'라고 스스로 다짐하던 이씨에게 얼마전 또 다시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모 병원에서 감기에 걸린 남편이 폐렴과 합병증으로 졸지에 생사의 기로에 섰던 것.

면역력이 거의 없는 남편에게 감기는 치명적인 병이었다. 나으려고 입원한 병원에서 불과 며칠 만에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지경이 된 남편을 보며 이씨는 가슴을 쳤다.

한밤중에 엠블란스를 타고 옮겨간 진주경상대병원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평생 고생만 시킨 남편이지만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이씨는 하루 두시간 눈을 붙이며 유자청을 썰어 팔기 시작했다. 나날이 쌓여가는 병원비와 빚을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신씨는 백병원으로 옮겨온 후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살아만 있어 달라'는 이복점씨의 간절한 기도 덕인지 신용주씨는 이제 가족들을 알아보고 눈을 마주칠 수 있을 정도라고. 하지만 이씨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쌓여있는 병원비는 물론 앞으로의 치료비가 유자청을 썰어 파는 이씨로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넋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고달픈 나날들이지만 힘 닿는데까지 손을 움직이고 몸을 놀려 남편의 곁을 든든히 지켜야 한다.

어려움을 함께하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씨의 어려움을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연말 연시 보람있는 나눔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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