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들이 토끼에게 물을 주면 설사해서 죽는다고 하기에 오랫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토끼는 물을 먹지 않는 게 아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려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하는 동요가 이를 증명한다.
토끼똥이 검고 동글동글해야하는데 어쩌다 무른똥을 눌 때는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토끼가 항문에 주둥이를 대고 그 무른똥을 먹고 있는 게 참 신기했다. 이는 식분증(食糞症)으로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배설물을 다시 먹어 완전흡수를 하려는 영양섭취의 한 방법이다.
작년에 TV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서 밀양 표충사 '토끼보살'이 소개되어 화제였는데 불교와 토끼는 연관이 깊다. 불교설화에 제석(帝釋)께서 사람 몸으로 나타나 여우, 원숭이, 토끼에게 먹을 것을 구한다.
여우는 물고기를 원숭이는 과일을 가져왔지만 토끼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하게 되고, 제석께서는 토끼의 정성을 어여삐 여겨 그 모습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게 달 속에 그려 넣게 된다.
인도에서의 회토(懷兎), 중국에서의 옥토(玉兎), 우리나리에서는 옥토끼라 함은 모두 달에 비친 토끼의 모습 때문이다. 토끼가 계수나무 이래에서 불로장생의 약을 찧고 있다는 설정도 토끼보살의 소신공양 사상에서 연유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민화에서 토끼가 상징하는 의미는 여러 가지다. 뒷다리가 튼튼해 잘 뛰므로 나쁜 기운으로부터 잘 달아 날 수 있다는 벽사, 윗입술이 갈라진 게 여음(女陰)을 닮아 다산(多産), 열심히 방아를 찧고 있어 부부애(夫婦愛)를 뜻한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일본에서는 영리함 곧 지자(智者)를 상징한다. 올해는 토끼의 좋은 의미들만 우리에게 다가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