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현란한 음악과 함께 대중음악 인기가수들의 뜨거운 열창이 진행되면서 천명이 넘는 관객들이 오색 고무풍선을 들고 음악에 맞춰 흔들면서 흥에 겨워 열광하기 시작했다.
'곤드레만드레' 'S라인에 아주 그냥 죽여줘요' 부르는 노래마다 반쯤 벗은 무희들이 몸을 요란스럽게 흔들 때마다, 관객들도 괴성을 지르며 한데 어울려 난리가 났다. 들뜬 분위기를 안정시키려는 듯 마지막 곡은 이용의 '잊혀진 계절'로 끝났다.
고즈넉한 정적이 흘러야 할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에 산사에서 요란한 마이크 소리와 현란한 조명과 교태스런 춤을 추는 것이 종교행사로 마땅한 일인지 무척 헷갈렸다. 그보다는 불교음악과 무용을 선보이며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났다.
'산사'하면 먼저 떠오르는 느낌이 조용함이다. 세상사로 들뜬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히고 깊은 묵상에 빠지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행위 뿐 아니라 고성방가나 떠드는 것조차도 금지된다. 더구나 꼭 절집이 아니라 하더라도 산에는 수천종의 식물과 동물,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고, 암석과 물과 바람이 말없이 질서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곳이다.
그날 나무들과 산짐승들과 풀들 그리고 미물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을까? 절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이런 행사로 자연을 못살게 군 사람들을 얼마나 원망했을까?
성철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 이라는 법어를 보내면서 조계종 종정(宗正)추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법정스님은 자기가 창건한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 되기를 원했다. 심지어 법문 끝에 바로 돈 얘기를 꺼내는 진리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면서 법회에 모인 사람들은 법문을 들으러 온 사람이지 돈을 내러 온 사람이 아니라는 일침은 훌륭한 교훈이다.
산사음악회는 찬불가, 승무 등이 목탁소리, 염불소리와 어울려야 제 격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중음악이 나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불교음악과 무용을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절제된 산사음악회였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미 관광지로서 기능이 더 부각되는 절의 모습이 참 아쉽다. 질주하는 스피드 시대에 방향감각을 잃고 남의 흉내만 내거나 신도의 즐거움에만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11월 산은 이제 한해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산사를 내려오면서 나는 홍난파 작곡의 '성불사의 밤'을 조용히 읊조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