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 거제의 꿈이어라
거가대교, 거제의 꿈이어라
  • 거제신문
  • 승인 201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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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배 칼럼위원

1950년대 중반의 일이다. 군대에서 휴가를 받아 집(지금의 거제시 장평동)에서 쉬고 귀대(歸隊) 일자가 되었다. 육지로 나가려 했으나 폭풍으로 뱃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할 수 없이 통영으로 둘러가기 위해 집에서 견내량까지 갔는데 그 때는 버스가 귀했던 때라 버스로 갔는지 걸어갔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견내량에서도 도선(渡船) 운항이 안 된다고 했다. 결국은 몇 사람이 모여 조그만 어선(漁船)을 빌려 타고 천신만고 끝에 통영으로 건너가서 부대에 돌아갈 수 있었다.

1960년 경남도청 직원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배치된 곳이 거제였다. 홀로 계시는 어머님을 모시라는 계시라 여기고 불평 없이 거제군에서 공무원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1965년에 내무부(지금은 그 기능이 행정안전부에 흡수되었음)가 주관하는 오지낙도관계관회의(奧地落島關係官會議)라는 행사가 있었다. 거제(巨濟)도 그 회의의 대상 군(郡)이어서 회의에 참석한 바가 있었다.

회의가 전라남도 목포에서 개최됐는데 전남도청 내무국장이 대회의 인사말을 하면서 중앙 임석관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오지?낙도에 투자하려면 여느 지역보다 엄청나게 예산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압니다마는 '백 마리의 양 중에서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헤매는 목자의 심정'으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라 했다. 그 인상 깊었던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당시에는 거제도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의 신세였다.

거제군에서도 그 회의를 계기로 중앙정부에 육지와의 연육교(連陸橋)를 설치해 달라고 건의서를 올렸고 그 건의서를 필자가 초안하여 상달하였다. 거제에서는 그것을 '섬 육지화 운동'이라 하여 범 군민적인 염원이었다. 몇 년 뒤인 1970년경에 견내량에 통영과 거제를 잇는 '거제대교'가 설치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본인은 경남도청으로 전근된 뒤라서 개통식에 참석치 못하고 멀리서 마음속으로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로부터 20여년 후 1980년대 후반에 다시 거제군수로 일하게 되었다. 당시에 거제군과 장승포시가 분리되었으나 장승포시장과 함께 부산대학교 도시발전연구소에 용역 의뢰하여 '거제장기발전계획(현재는 거제시청에서 이 계획서를 찾지 못한다고 함)'을 마련하였다. 그 내용 중에는 중요항목으로 거제와 부산을 잇는 대교의 필요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발전계획을 거제군 행정자문위원회의에 보고 한 바가 있다. 그 때 어느 위원이 "거제와 부산 사이에 대교를 설치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착상이고 거제 사람들의 꿈이다. 그런데 예산을 뒷받침하는 계획이 없으니 허황된 계획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물론 일리 있는 질문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만약 사람들이 새처럼 하늘을 날고자 하는 꿈이 없었던들 오늘날 비행기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으며, 물고기처럼 바다 속을 헤엄치고 다니고 싶다는 꿈이 없었던들 잠수함이 있었겠는가. 마찬가지로 이 장기발전계획은 우리의 꿈이며, 꿈은 이루어지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이다.

드디어 부산과 거제 사이에 육로로 140km이던 것이 60km로 단축된, 규모 3.5km인 2개의 사장교와 3.7km의 침매터널, 1km의 육상터널로 이루어진 총 길이 8.2km인 부산-거제 간 연결도인 '거가대교(巨加大橋)'의 개통식이 지난 2010년 12월 13일에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이 도로는 부산과 거제, 통영 등 아름다운 한려수도를 지나 여수?목포에 이르는 남해안의 새로운 관광 실크로드가 될 것이며, 부산 항만과 녹산?신호공단, 거제 조선단지와 울산 산업단지가 연결됨으로써 부산과 거제는 국가발전의 핵심 클러스터를 구축,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 한다"며 "경남도민과 부산시민이 앞장서서 남해안 시대의 힘찬 미래를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이 거가대교도 아직 가보지 못했다. 갔다 온 분들의 말로 "마치 자동차를 타고 꿈속을 달리는 것 같았다."고 한다. 외관상 꿈같은 관광자원이 되는 것도 좋지만 이 대교를 통하여 낙도였던 거제가 번영의 꿈을 이루는 가교(架橋)가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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