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우리 아이들의 재능
다양한 우리 아이들의 재능
  • 거제신문
  • 승인 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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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중앙고등학교 교사
우리 학교에서 축제를 했다. 그 중간에 거제 모 여고 학생들의 찬조 출연이 있었다. 나는 이 학교에 가 본적도 없고 그 아이들을 가르쳐본 적도 없다.

그러나 소문으로 성적이 뭐하다니, 애들이 어떻다니 하는 소리를 들어 그 아이들의 찬조 공연은 정말로 뜻밖이었다.

공연 시작하고 채 30초도 안 돼 잘 울지 않는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교사로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아이들의 공연이었다.

그 아이들의 동작은 일사불란하고 절도 있었다. 그 아이들이 흘린 열심의 땀과 열정과 힘든 연습이 고스란히 내게로 전해졌다.

그렇다. 누구나 다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또 모든 학생들이 다 공부를 잘 할 필요도 없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전부라면 누가 거리 청소를 할 것이며, 누가 우리의 집을 지을 것이며, 미장원은 누가 할 것이며, 빵은 누가 만들 것이며, 우리의 주식인 쌀은 누가 재배할 것인가.

오늘 본 그 아이들의 능력은 절도 있게 응원하고 팀웤으로 공연하는 것이었다. 그 아이들 중 누군가는 서울대학생 보다 훨씬 더 멋있게 누군가의 헤어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고, 누구보다도 더 아름다운 옷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그들 중에서 탁월한 소설가가 나올 수도 있고 집을 안락하게 꾸며주는 예쁜 커텐을 만드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 공부가 하기 싫다고 모든 것을 다 하기 싫은 것은 아니다. 뭔가는 정말로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게 그 아이의 천직이고 재능이다. 아이들의 생김생김이 다르듯 성격도, 재능도 다르다. 그 다양성을 인정해야한다.

우리나라의 교육, 20여년을 교육계에 있는 나도 대책이 없는 이 공부지상주의 교육. 그 교육이 우리의 재능 있는 아이들을 그저 공부에만 내몰고 공부 못하는 병신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왜 독일처럼 유럽처럼 그렇게 각자의 재능대로 길을 열어주지 못하는가.

비록 성적은 나빠도 빵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도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고 충분히 존경 받을 수 있는 그런 교육은 진정 불가능 하다는 말인가.

오늘 본 그 여고 학생들은 멋졌다. 그렇게 예쁘고 발랄한 여자아이들이 분위기를 띄우며 공연하는 것을 보면서 울었던 것은 그 아이들에 대해 아는 것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단순히 성적이 저조하다는 것만으로 아이들을 판단했던 선입견이 창피해서였다.

또 아이들 스스로 열등의식을 가지게 만드는 대책 없는 교육제도와 체벌을 전면 금지하여 오히려 건전한 징계마저 못하게 하는 뒤로 퇴보하는 교육 현실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였다.

나는 그 여고 학생들의 공연을 거제 사람들이 다 같이 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멋지고 진지하게 공연을 하는지 그 공연을 보고나면 아마도 그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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