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선비는 백탕(白湯:끓인 맹물)을 마시고도 취하는 여유를 즐길 줄 알았다.
술에 관한 시(詩)로는 조선 후기의 문신 이정보(李鼎輔)의 시조가 압권이다.
「꽃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나네」라고.
술하면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다. 가난하여 손님이 왔을 때만 아내가 술상을 차리는 것을 이용하여 지나가는 사람을 다짜고짜 아는 체하여 집으로 모시고 들어와 정작 술은 혼자 먹어버리는 술낚시로 유명하다.
성종 임금 때 청백리 박수량(朴守良)은 뛰어난 문장가로 두 번이나 판서를 지낸 분이신데 술을 너무 좋아했다. 성종이 보다 못해 작은 은(銀) 술잔을 하나 하사하시면서 하루에 그 잔으로 딱 한 잔만 마시라는 어명을 내렸다.
박수량은 궁리 끝에 잔을 얇게 두드려서 넓게 펴 큰 사발을 만들어 거기에 한 잔을 마셨다. 성종은 급한 외교문서가 있어 박수량을 입궐시켰는데 그날도 취해 있었다.
그는 취중에서도 한점 흐트러짐 없이 문서를 작성하자 성종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힐책했다. 그러나 박수량의 술잔 이야기를 들은 성종은 잔을 펴듯이 내 좁은 마음도 펴 달라는 멋진 주문을 한다.
훗날 박수량의 부음을 들은 성종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글자 없는 비석을 내렸으니 지금도 무덤 앞에는 무문백비(無紋白碑)가 그의 청렴함을 말해 주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주 소비량이 1인당 81병이라고 한다. 아이와 어른의 수를 반반으로 보면 1인당 162병이고, 거기에 술을 마시는 사람과 못 마시는 사람을 또 반반으로 보면 243병이다.
술꾼은 사흘에 거의 두병은 마신 꼴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만큼 마신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