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헌은 객사(客舍)의 동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객사는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殿牌)를 모셔두고 초하루와 보름 때마다 향궐망배(向闕望拜)하던 곳이다.
관의 수령이 되면 번듯한 청사에 침실, 샤워실,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갖춘 아방궁 같은 집무실을 갖고 싶어 한다.
성남시는 3,222억을 들여 청사를 지었고, 대전시장실은 초등학교 교실 7배 크기로 꾸몄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일신을 위해서라면 별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준(盧遵)이 충남 연기군 전의면 수령으로 부임하여 둘러보니 북문이 막혀 있었다. 백성들은 먼 길을 돌아서 성내로 드나들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북문을 터놓으면 수령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무당의 말 때문이라고 했다. 노준은 이 무고한 속임수에 개의치 않고 북문을 개통한다. 고을 사람들은 이제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되자 기뻐 춤을 추었다는 기록이 있다.
며칠 전 거제시장실 보수공사를 하다가 바닥 카펫 아래에 동판이 깔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맥이 흘러 그냥두면 시장이 화를 당한다는 역술인의 말을 믿고 전임 시장이 비밀리에 깔았다고 한다.
다산(茶山)은 목민심서(牧民心書) 부임육조(赴任六條) 계행(啓行)편에서 '사악하고 괴이한 소문을 타파하라(以破邪怪之說)'고 했는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런 부끄러운 일이 있는가 하면 정말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시장실이 시민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1층 민원봉사실 한 모퉁이로 내려온 것이다.
화장실도 부속실도 없이 찾아온 시민을 위해 시장께서 손수 자판기에서 차를 뽑아 대접하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다.
옛말에 '벼슬살이 머슴살이(官員生活 雇工生活)'라 했는데 이를 실천하는 시장다운 시장을 만난 것 같아 손뼉을 보낸다. 시장님!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