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에 대하여
장자연 리스트에 대하여
  • 거제신문
  • 승인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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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치돈 칼럼위원

약 2년 전에 자살한 신인배우 고 장자연의 죽음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지금 대한민국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리스트에 실명이 거론되어 있다는 31명의 인물은 도대체 누구이며 약 250장에 달하는 편지가 과연 장자연이 직접 작성한 것인지가 실체적 진실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경찰은 언론에 보도된 편지의 원본을 압수하여 장자연의 친필이지 여부와 그 내용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만약 그 편지가 위조나 변조된 것이 아니라면 그 내용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지만 그 동안 소문이나 유언비어 정도로 설마 했던 일들이 사실로 밝혀지는 정도의 놀라움에 그치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희미해질 것을 생각하니 장자연 리스트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지금 이 순간 확실히 짚고 넘어 가야겠다는 생각에서 몇 자 적어 본다.

SBS <8시뉴스>에 따르면 '접대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접대 받으러온 남성들은 악마다. 100번 넘게 접대에 끌려나갔다. 새 옷을 입을 때는 또 다른 악마들을 만나야한다. 강남뿐 아니라 수원 가라오케, 룸살롱 등지에서 접대했다. 부모님제사도 챙기기 못하고 접대 자리에 나가야 했다. 내가 죽어도 저승에서 복수하겠다'라는 등의 내용이 편지에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이 편지에 등장한다는 31명의 직업은 연예기획사 관계자, 드라마제작자 관계자, 기업인, 금융인, 언론인 등으로 우리사회에서 돈 있고 힘이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자들로 그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인 것 같다.

장자연은 자신을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힘 있는 극소수의 남성을 상대하는 접대부 정도로 여겨지는 것에 심한 모멸감과 연예계에서 스타로 성공하기 위해 소속사 대표의 성접대 강요를 견디다 못해 31명의 남성을 악마로 간주하고 자살하기 몇년 전부터 지인에게 자신의 이와 같은 성접대 강요 사실을 상세히 편지로 남겼고 복수까지 부탁하고 있다.

세상에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공개 시기가 문제될 뿐이다. 죽은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죽은 자가 남긴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필자는 장자연 리스트에 등장하는 31명의 악마라고 불리는 남성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많은 남성의 모습을 대표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이 나라에는 악마보다 천사같은 건전한 남성들이 더 많이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장자연 리스트에 존재하는 악마같은 남성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도덕적 타락으로 인해 말초적인 성적 쾌락의 추구를 인간의 당연하고 자연스운 모습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나 남성우월적인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며 남성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아니되며 구조적 사회적 문제보다 남성 개개인의 인격적 변화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즉 남성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악마가 될 수도 천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천사도 언제든지 타락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지금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밤이면 유흥가의 곳곳을 서성이며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1차, 2차, 3차를 외치며 노래주점이나 룸살롱 등 밀폐된 향락의 공간에서 술접대, 성접대를 받고 가정으로 들어가는 남성들이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자.

만약 위와 같은 남성들이 있다면 그들은 장자연 리스트에 나오는 31명의 악마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 남성들은 회개하고 이런 추잡하고 더러운 모습에서 벗어나야 된다.

남자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말이 있다. 또한 그 남자를 만드는 사람은 여성인 어머니이다. 이 세상에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는 남자는 없다. 장자연은 우리들 어머니와 같은 여성이다. 우리 어머니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여성을 바라보자. 여성은 남성의 성적 노리개가 아니다.

끝으로 우리 남성들은 지금 자신이 장자연 리스트의 악마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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