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현항재개발 사업의 추진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지면서 사업자로 참여한 대기업 삼성중공업에 대한 비난이 높고 있다.
아울러 지역발전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챙겨내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일관, 1년 이상이나 사업을 표류시키면서 이제와서 '사업자 변경' 운운하는 거제시에 대해서도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고현항재개발사업은 고현만 매립을 통해 워터프론트시티(인공섬)를 건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거제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거제시 사상 최대 민자사업 프로젝트다.
찬ㆍ반양론이 거세게 이는 등 논란이 컸고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민 다수는 고현항 워터프론트 시티 건설을 통한 새로운 거제의 창조에 손을 들어주었고 기대를 가졌다.
사업비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였고 연사-오비-장평으로 이어지는 도로개설, 오비-한내 도로개설 등의 연동사업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2008년 6월 김징완 당시 삼성중공업 대표이사와 김한겸 시장은 이같은 내용의 이행합의 각서(MOU)를 작성, 날인하고 거제시민들에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이후 고현항 매립계획 국토해양부 승인, 연사-오비-장평 도로 기본설계 등 사업추진이 꾸준히 진행됐다. 곧 첫 삽이 떠질 것 같은 분위기로 흘렀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됐다. MOU 당사자였던 김징완 대표이사와 김한겸 시장이 함께 물러난 것. 5,000억원 대형프로젝트가 표류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때를 같이해 삼성중공업은 사업추진의 속도조절을 시작했고 이후 사업추진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을 명확히 하지 않은채 시간만을 끌어왔다.
언론과 시의 거듭된 입장표명 요구에 삼성중공업은 지난 해 12월 ‘경제상황 악화, 조선산업 부진, 거가대교 개통에 따른 추이 분석’ 등의 이유를 들며 ‘당장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거제시에 보냈다. 삼성중공업이 사업성 등을 들어 발을 빼려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로부터 3개여월 후인 지난 15일 거제시 브리핑에서는 사업자 변경 검토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종천 전략사업담당관이 “다른 민자 사업자를 찾아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며 사업자 변경에 대한 검토가능성을 언급한 것.
김 담당관은 이와함께 사업의 전면적 재검토 계획도 밝혔다. 전체 사업 면적 축소, 시민이용 공간 확대, 사업자 수익보장, 고현천 수로변경 검토 등이 주 내용이다.
삼성중공업이 하지 않으면 면적을 축소해서라도 다른 사업자를 찾아 사업을 하겠다는게 시의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쉽지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사업비 조달의 문제가 있고 규모를 축소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아니한 것만 못한 것’이 돼버릴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삼성중공업을 적극적으로 견인해 내지 못한 거제시의 소극적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도 있다.
“MOU라는게 구속력이 있느냐”“ 두 당사자가 물러났지 않느냐”는 말들이 중공업 내에서 쉽게 나오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현재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기업이 일시적 경제상황을 들어 23만 거제시민과의 공개 약속을 져 버린다면 기업 이미지의 커다란 훼손은 불가피하다.
아울러 삼성중공업의 ‘발 빼기’는 한치 앞도 보지 못한 경영진의 무능 문제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기업문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문제까지 함께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애매하게 둘러대지 말고 사업추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그 수순을 지금부터라도 진행해가야 할 것이란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검토해 보겠다 하고 허송 세월만 보낸 바보...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평생 검토만 해봐라. 무능한 지도자가 선량한 시민을 골병들게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