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산, 지진, 지구자기장의 감소와 극점의 이동, 태양의 플레어폭발, 온난화와 극지방의 해빙, 슈퍼태풍 등 수많은 사례들을 들어 엄청난 재난이 예고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 지구 나이 46억 년 중에 인류라는 종족이 지구에 출현한 것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라고 불려지는 영장류의 출현으로 600만년정도로 본다. 현생인류를 호모사피엔스라고 하는데 이는 불과 20만 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현생인류가 이룩한 역사와 문화의 진보는 불과 몇 천 년의 기록밖에는 남겨져 있지 않다. 이집트의 고왕국과 중국의 하·은·주 등의 고대국가가 그러하고, 메소포타미아나 인더스문명에 등장하는 몇가지 기록들이 그런 예가 될 것이다.
물론 그전에도 여러 가지 생명체가 지구에 존재했다가 운석의 충돌, 화산의 폭발, 대규모의 지진등이 지구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그 때문에 많은 종들이 사라지기도 했다.
완만히 진행되는 변화에는 적자생존과 진화라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종족을 이어가지만 급격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종의 절멸을 초래했다. 이렇게 본다면 지구적 대재앙이 급격히 다가 올 경우 인류가 절멸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오히려 이런 재난과 위험을 우리의 과학적 지식으로 알아낸 것만으로도 인류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이며, 연약한 육체를 가졌음에도 이 행성을 바꾸어 놓은 찬란한 문화들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어떤 종류의 생명체도 만들지 못했던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스스로에 대한 경외심을 가져도 충분히 좋을 것이다.
지진과 쓰나미의 난리통에서 일본인이 보여준 침착함에 나는 숙연해 졌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생존을 위해 다소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있긴 했지만….) 저런 모습이 인류가 지닌 고도의 문화속에서 나오는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우리도 그럴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니 그래야 될 것이다. 우리역시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알고 이를 지켜내며, 발전시킨 우수한 종족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순간에 우리가 얼마나 위대하며, 진정으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 외에는 영원한 것이 없다. 우리가 흔히 추구하는 권력이나 명예, 재물 등의 한계적인 가치를 알아야 할 것이다.
누구든, 무엇이든 많이 가지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많이 가졌으면 나눠야 한다.
그날이 오면, 우리 인류의 위대함에 대해, 그리고 이 땅에서 살았던 추억에 대해 감사와 만족의 기쁨대신 지나치게 가졌던 것들이 고통의 채찍으로, 무거운 짐으로 우리를 속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