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편지
가짜편지
  • 거제신문
  • 승인 201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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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자신의 외모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야했던 시라노의 슬픈 이야기가 있다.

당대 최고의 검객으로 이름난 시라노가 사랑했던 사촌 여동생 록산은 미남 장교 크리스티앙을 사랑하게 된다.

같은 전쟁터에서 록산에게 보내는 크리스티앙의 편지를 14년 동안 시라노가 대필해 준다. 그러나 불행히 크리스티앙은 전사했고 록산은 마지막 편지를 지닌 채 수녀원으로 들어간다.

그로부터 15년 후 시라노는 정적의 공격으로 죽음 직전에 록산을 찾아가 지니고 있는 마지막 편지를 보여 달라고 한다.

록산이 그 편지를 읽을 때 시라노는 눈을 감은 채 편지를 같이 소리 내어 읊는다. 그리고 평생을 가슴에 담아왔던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19세기 말 에드몽 로스탕이 쓴 낭만주의극 '시라노 드 베르쥬락'은 대필편지 속에 사랑을 담았던 실제인물 시라노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 오늘도 나는 /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柳致環의 幸福)처럼 편지는 말보다 강한 마음을 전하는 도구다.

그러나 간혹은 진실을 가장한 편지로 악용되기도 한다. 삼국지에 나오는 서서(徐庶)는 제갈공명 전에 유비의 군사(軍師)였다. 조조의 군사 3만이 유비를 공격했을 때 서서는 겨우 7~8천의 군사로 이를 격파한다.

조조는 서서를 탐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서서의 어머니 필체를 흉내 낸 가짜 편지로 서서를 유인한다.

이름난 효자였던 서서는 유비와 작별하고 조조에게로 간다. 서서의 노모는 가짜편지에 속아 주군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정작 서서가 나타나자 다시는 아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살하고 만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장자연씨의 편지사건으로 뜨거운 논란에 쌓였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모씨의 가짜편지로 판명났지만 흥미로운 가십거리만 생기면 요동치는 허약한 사회구조가 어쩐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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