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기에다 후쿠시마(福島) 원전(原電)들마저 쓰나미 피해를 입고 방사선이 누출되어 일본사람들뿐 아니라 우리를 비롯한 온 세상 사람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이런 끔직한 재앙이 최근 들어 다른 나라에서도 더러 있어왔다. 중국 쓰촨성(四川省)의 지진, 태국 부케의 쓰나미, 인도네시아 스마트라, 칠레, 아이티 등의 대규모 지진들도 있었고 그것들도 방영된 바가 있었는데도 유달리 일본의 경우를 보면서 여느 때와는 달리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발동되는 것은 어인 까닭일까.
일본이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역사적으로는 임진왜란, 명성황후 살해, 일제강점기 36년 등이고, 지금도 우리와 그들 간에는 독도의 영유권,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위안부 문제 등으로 앙금의 골이 깊을 대로 깊은데 말이다.
우리 국민들도 필자와 같은 심정이었던지 일본 이재민을 돕는 운동이 일어난 지 불과 며칠 사이인 3월 22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국내 민간단체 및 기업 등으로부터 답지한 성금을 파악한 결과 581억여 원으로 유례없는 금액이 모금되었다고 하니, 우리가 이웃 일본이 겪고 있는 고통을 내 일처럼 느끼고 아파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나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같은 반일(反日)-항일(抗日) 단체도 19년 동안이나 해 오던 시위를 지진이 있었던 그 주(週)에는 멈추기로 하고 "일본이 국가적 재앙을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웃 국민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것만큼 고마운 것도 없다. 이런 일을 통해 나라의 품격(品格)이 드러난다는 자세로 우리는 일본 국민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재앙의 와중에서도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명기한 중학생들의 교과서를 펴내고 있고, 가장 그네들과 가까운 우리에게 원전 사고의 정보도 공유하지 않은 채 원전 2호기에서 누출되는 고농도 원전오염수를 대량으로 바다에 방출하면서 사전에 우리와는 일언반구(一言半句)의 사전 협의도 없는 등 우리에게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가 그들을 도우면서 그들이 갑자기 변하리라고 기대한 것이 아니며 이것이 우리와 그들 사이의 현실인 것을 실감하면서도 우리는 이웃 정으로서 순수한 인류애를 발휘하였으니 대범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이번 일로써 서로는 지난날의 불편한 관계를 풀고 앞을 내다보며 선린우호(善隣友好)의 관계로 발전시켜가면서 글로벌시대에 함께 대처해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