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싸라기 장학회 외간마을 할머니 위해 ‘한글 공부방’ 운영
“버스 앞에 안내판을 읽어 행선지를 찾아다닐 수 있으니 좋은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할머니가 한글을 깨우칠 수 있도록 가르쳐 준 선생님에게 쓴 한 통의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중공업 금싸라기 장학회(회장 양경숙 대리·43·해양PM팀 DRILLSHIP)는 지난해 3월27일 거제면 외간마을 경로당에서 한글 공부방을 열었다.
12명 학생의 평균나이는 70. 학업의 기회를 놓쳐 한글을 배우지 못한 채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노인이 대부분이었다.
입학 당시 부끄러워하며 꺼려하던 할머니들이 그 동안 한글을 익히면서 자신감을 찾아 선생님들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지난 15일 금싸라기 장학회로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한글 공부방에서 한글을 배운 이우분(69) 할머니가 연필로 꾹꾹 눌러 한자 한자 쓴 편지는 장학회원들에게 남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또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피곤한 몸으로 밤에 와서 외간마을 할머니들을 가르쳐 이제는 버스 앞에 안내판을 읽어 행선지를 찾아다닐 수 있게 되는 등 좋은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경숙 회장은 “종종 할머니들이 1년 더 공부하고 싶다고 할 때마다 많이 망설여지지만 우리의 도움을 원하는 또 다른 노인들이 있을 것 같아 다시 공부를 가르쳐 주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덕(29·해양의장설계 그룹 배관설계) 회원은 “이런 편지는 처음 받아본다”면서 “그동안 차분하게 공부했던 이우분 할머니의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쓴 글자들이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잔잔한 감동의 파도가 밀려오게 하고 있다”고 감격해했다.
한편 8개월 과정인 외간마을 한글 공부방은 지난해 11월27일 6명의 학생들이 졸업하고, 현재 4명의 학생이 심화학습을 하고 있다.
죽다가 다시 살아났다면서 감기 때문에 많이 초췌해진 제원상 할머니(74), 온 몸에 한기가 느껴진다며 감색 모자 달린 털잠바를 입고 온 김또전 할머니(72) 등 모두 4명의 할머니가 금싸라기 장학회원들로부터 한글을 오늘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