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재씨 첱탑농성 중 편지 보내와
강병재씨 첱탑농성 중 편지 보내와
  • 거제신문
  • 승인 2011.04.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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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일째 고공철탑농성 계속 이어갈 의지 표현, 용변, 비바람 등 힘든 과정 표현

고공철탑 투쟁 3월 어느 날

완연한 봄날씨가 찾아왔다. 철탑 위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물품을 밧줄로 꽁꽁 묶어 놓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여기도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아침에는 잠시 바람이 잦아들었다가 정오를 넘기면서 다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밤에는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바람이 불어온다.

 오늘 처음으로 머리를 감았다. 너무나 상쾌하다. 보온통에 담긴 물을 정말 소중하게 쓰고 있다. 보온통의 물을 가지고 목을 축이고, 세수한다. 이것도 날이 풀렸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사방팔방이 뚫려 있기에 똥 누는게 지랄이다. 지나가는 차도 보고, 현장의 동지들도 보는데 꼭 똥은 밤에 안 나오고 낮에만 나온다.

어제 노동조합에서 그동안의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소방서 노동자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로 올라왔다. 같은 얘기의 반복이다. 회사는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극구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자회사에는 가능하겠다. 먹고살도록 충분히 보장해주겠다. 거제도 안에서는 안 된다. 위로금 충분히 주겠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절대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여기서 사측의 그런 제안을 받고 내려간다면 의미 없는 삶이 될 것이라고 노동조합에 전달하고 장기전에 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     
▲ 고공철탑 농성 15일째 촬영한 강병재 모습

■4월 3일 (월)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면 여지없이 눈물이 난다. 눈물을 훔치니 눈두덩이 항상 부어있다. 머리가 가렵고 온몸이 간지럽다. 속살에서는 하얀 껍질이 세찬 바람에 날린다. 한번씩 내 모습이 보고 싶어 핸드폰 액정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수염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 같다.

한 달이 되어간다. 그러나 눈이 붓고, 수술받은 어깨가 굳어오고, 온몸이 가려워도, 나의 머리 속은, 심장은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진 생각과 똑같다.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자본가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삶이 더 소중하기에 나는 절대로 내려갈 수 없다. 자신의 권리를 압살당하는, 저기 내 눈에 들어오는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내주는 눈빛과 투쟁의 열망이 손을 들며 지나간다. 이것이 나를 끝까지 버티게 하는 힘이다.

얼마 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가 보내온 ‘엿같은 세상, 나도 철탑에 오르고 싶다’는 문자가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철탑에 오르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4월 7일 (목) 비가 온다

그 동안 많은 동지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그 중에서도 치열하게 싸웠던 기륭전자 여성동지의 연설이 기억에 뚜렷하다.

연대동지들이 거제도에 와주는 것 소중하고 고맙다. 그런데 이후엔 이런 집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조직하는 방향의 집회였으면 좋겠다. 하청 노동자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집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집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높은 곳으로 메가폰을 메고 올라간다. 그리고 현장의 노동자들을 향해 우리 노동자의 단결을 이야기하고 대우조선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깃발을 세울 것을,사측은 부당한 방해책동, 직반장에 대한 집중교육, 온갖 유언비어 등 현장의 하청노동자들이 행동하는 것을 극도로 제한시키려 한다. 그거 다 엿같은 소리다.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조합 건설을 위한 노동자 권리 선언 운동에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와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그래서 대우조선 원청의 방해책동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대우조선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일어나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틀 간에 걸쳐 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이 오후 4시, 잠이 온다. 눈두덩은 여전히 부어있고, 비옷사이로 한기가 스며든다.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되는데, 어떻게하든 몸관리를 철저히 해서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 비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지랄같은 비, 평소에는 비를 무척 좋아했다. 온 세상을 씻겨주니까. 그런데 이곳 철탑에서는 지랄같은 자본가와 같은 존재다. 나를 탄압하는 또 하나의 괴물같은 비다.

15만 볼트 송전선에서도 비가 오지 말라고 비에 저항하는 소리가 ‘차르르르 차르르르’ 저항의 몸짓을 하고 있다. 나를 날려 버릴 것 같은 이 비바람이 이 야만의 자본가세상을 날려버렸으면 좋겠다. 잠이 온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중에도 하청노동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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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포 2011-04-11 13:27:30
강병재님~
봄이라고는 하지만...
밤기운이 매섭고 찹니다.
부디 건강을 유념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