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은 '줄타기 한 마당이 끝날 때마다 줄꾼 봉팔이는 그의 딸 난초의 손을 잡고 때죽나무집 주막에 와서…' 처럼 판소리나 탈춤 따위의 단락을 세는 단위에서부터 '급한 마당에'처럼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곳을 말하기도 하고, '장기마당' '씨름마당'처럼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곳을 일컫는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지만 오늘은 신랑신부가 수줍게 초례식을 올리던 그 마당을 얘기하고자 한다.
마당은 농업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전체인구의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할 때 마당은 그야말로 전성기였다. 넓은 마당은 곧 부의 상징이기도 했으리라.
그래서 있는 집이라면 한 명쯤은 데리고 있던 마당쇠란 하인도 마당에서 소처럼 우직하게 일한다고 해서 마당쇠라 부르지 않았을까 허허….
어릴 적 고향집 마당은 장정이셨던 아버지께서 도리깨를 휘두르며 타작을 하고 계셨고 애기 업은 누나가 고무줄 뛰기도 하고 해 저물도록 구슬도 치고 팽이도 돌리며 친구들과 몸을 부대끼며 함께 놀았던 작은 운동장이면서 또 어떨 때는 두 손 들고 꿇어앉아 있어야 하는 교육의 공간이기도 한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수용해 주는 그런 곳이었다.
나라에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몇천억을 들여 돔구장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곳에서 우리 대부분은 그저 구경꾼이다.
그러나 마당은 모든 종목, 모든 놀이를 주체적으로 행할 수 있는 우리 서민들의 전천후 구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과 놀이와 휴식과 여백의 장소였던 곳을 시멘트 바닥에서 말리면 잘 마른다고 해서 콘크리트 포장을 하기도 하고 아예 꽃이나 나무를 심어 정원으로 꾸미기도 하고 그것도 필요 없는 집은 아예 거실이 옛날 마당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에 농업이 위축되면서 농업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마당까지 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어느 정도의 부가 축적되면서부터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되고 농업도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 자연 농업과 함께 마당도 새로운 여가의 공간으로서의 필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런 마당과 같은 여백의 공간이 있었기에 우리 농업인은 생명창고를 지키는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마당 하나가 주는 가치는 경제논리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진달래가 지천으로 흐드러져 있고 두릅 새순은 하루가 다르게 새어가니 진달래나 나나 함께 늙어가는 마당에 두릅순 소쿠리째 데쳐놓고 막걸리 한 잔 함께 기울일 그런 마당과 같은 고운임이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