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바람은 제대로 된 봉사단체"
"유일한 바람은 제대로 된 봉사단체"
  • 변광용 기자
  • 승인 2011.04.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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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룡의 거제사람 이야기]'부당함과 8개월째 사투' 벌이는 정갑진씨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조직, 카드깡 등 불투명한 업무처리로 투명성 '바닥'
누군가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1인 시위 시작…반성하고 개선돼야

"정말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하는데 모두 덮어버리려고만 해 안타깝다. 개인 명예회복 안되더라도 바로 잡을 수 있었으면…"

거제시 자원봉사 센터에서 일하다 내부의 비리를 지적하고 이를 공개했다. 그 댓가는 해고였다. 이후 거제시청 앞·부산역 등지에서 거제시의 감사를 요구하고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는 1인시위를 계속했다.

행안부에 진정도 했다. 앞으로 행안부 시위까지 계획하고 있단다. 자칭 내부고발자 정갑진씨(38)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살고자 했던 소박한 한 청년을 거리로 내 몬 것은 무엇일까?

경제적으로 힘들고 내부고발자라는 따가운 시선들이 그를 향하고 있지만 그는 중단하지 않겠단다. 센터가 참다운 봉사단체로 거듭나고 봉사활동가들이 더욱 신뢰받을 수 있는 따뜻한 지역사회가 되기위해서는 드러난 환부를 반드시 도려내야한다는게 그의 신념이었다.

힘들고 지치지만 중단할 수 없는 이유란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시 차원의 명예회복, 비리에 대한 명확한 조치 등을 그는 바라고 있었고 봉사활동에 대한 여전한 신뢰와 의지를 그는 또한 가지고 있었다.

▲ 거제시자원봉사센터 내부 비리를 고발해 해고당한 정갑진씨가 부산역 앞에서 관리·감독 소홀로 사태를 부추긴 거제시를 규탄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내부 고발자'라 스스로 말하고 있다. 조직 치부를 드러내면 곱지 않은 시선이 있기 마련이다. 8개월째 내부 비리 폭로 선전전을 하고 있다. 그 동안 나름대로 느낀점들이 있을 것 같은데.

△ 업무 중 얘기한 것들이 수용되지 않았다. 결근했던 부분은 시말서를 쓰고 잘못을 인정했다. 거제시에서 바로 잡아주길 원해 감사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해고당했다. 해고 전 당사자의 얘기를 들어보고 타당성을 따져봐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제일 힘든 건 '정갑진이처럼 봉사하지 마라. 이유야 어떻던 봉사자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줬다'는 얘기를 들을 때였다. 누군가는 잘못된 걸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 노인복지센터와 자원봉사협의회 공금 유용은 언제, 어떻게 알게 됐나.

△ 자원봉사센터는 시보조금을 받아 운영된다. 하지만 수익 기금 사용은 그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카드깡과 사업비 뻥튀기 등을 통해 식비와 술값 등으로 활용했다. 카드깡을 알게 된 시점은 2010년 1월이었다.

-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는가.

△ 회계 담당에게 자부담 관련 장부가 뭐냐고 물었더니 나는 알면 안되는 자료라고 했다. 국장과 회장, 회계담당끼리만 쉬쉬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부담이 뭔지 궁금했다.

특히 특판장 지출이 없었는데 지출 나간 곳에서 재입금되는 것을 보면서 '아! 카드깡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금액이 100% 다시 들어온 곳도 있었다.

▲ 정갑진씨(왼쪽)가 지난 13일 본사를 방문, 변광룡 편집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포로수용소 특판장 부분은 어땠나. 회계가 불투명하다고 했다는데.

△ 2009년 3월 16일 입사를 했다. 입사를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한 달 동안은 업무가 주어지지 않았다. 4월부터 특판장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전 자료가 없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2005년도인가 총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특판장 적자에 대해 얼버무리고 넘어갔었다. 정보공개청구도 한번 했었는데 묵묵부답이었다. 10년간 돈이 왜 이것 밖에 없느냐? 당시 특판장을 내부 직원에게 위탁을 줘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어떻게 내부 직원에게 위탁을 줄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지만 자세히 얘기를 안해줬다. 한달에 150만원 정도 센터에 넣고 나머지는 위탁을 받은 직원이 수익금을 챙겨간 것으로 알고 있다.  2000년부터 2008까지 내부 자료가 전혀 없었다.

- 지역사회에 논란은 됐지만 이전 자료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뚜렷하게 밝혀진 것도 없다.

△ 솜방망이 처사고, 수박 겉 핥기다. 시에서는 대충 묻어버리려고 한다. 시민들에게 정말 사과해야 하는데 모두 덮어버리려고만 한다. 시장 등 누군가는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시는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면서 말이다.

조례 등이 있는데도 10년 동안 무방비로 방치했다. 위탁으로 일이 불거졌는데도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계속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시민들이 위탁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아직 답변이 없다.

- 거제를 벗어나 1인 시위를 하게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은.

△ 거듭된 지적에도 달라지는게 없고 시의 대응도 형식적이었다. 그래서 시위에 나섰고 거제시의 태도를 전국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2008년 이전 자료에 대한 감사를 하지 않으면 행안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것이다. 슬로건은 '내부 고발자 구하지 못하고 카드깡 묵인하는 거제시'로 할 것이다.

- 내부 고발자인 자신에 대해 지역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한다고 생각하나.

△ 시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바로잡을 것은 정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나 자신의 명예가 회복된다.  '제2의 정갑진'이 없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두 번 다시 부당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 이의 제기도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그냔 부당 지시를 따를 것이다. 지역사회가 병들어가는 길이다.

- 실제 달라지거나 개선된 것이 없다. 책임을 물은 것도 없다.

△ 그 당시 근무자가 없어 확인이 안된다는게 시의 입장이다. 이 핑계 저 핑계로 8개월이 지났다. 의혹들을 시에서 감사를 해서라도 밝혀주면 좋겠다.

-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 예고없던 해고로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힘들었다. 바닥까지 내려왔지만 올라갈 거라 생각했다. 예전 사람들을 만났을 때의 싸늘한 느낌과 시선들도 힘들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라는 전화 한 통을 받았을 때 힘이 났다. 명예 회복이 안되더라도 협의회와 센터가 제대로 운영되는 봉사조직으로 거듭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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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진 2011-04-18 19:07:41
오늘 거제시의회에 바란다 란에 글을 올렸습니다. 자협전회장(모시의원)은 제안글을 보시고 답변을 부탁드리며 거제시민들에게 사죄하시기 바랍니다. 거제시 또한 자원봉사기본법을 무시하고 자협,자봉,노복을 방치 함과 내부고발자에게 해고 시킴을 사과하시기 바라며, 08년도 이전 자봉은 물론 노복 사업의 회계감사하여 거제시민들에게 공개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저의 마지막 제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