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에는 사람과 동물에게 쓰이는 말이 구별된다. 곧, '머리'와 '대가리', '눈'과 '눈깔' 등이 좋은 예다.
요즘 아이들이야 치과에 가서 쉽게 이를 뽑지만 예전에는 삭은 이를 실로 묶어 이마를 탁치면 이가 빠졌고, 빠진 이를 지붕에 던지며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라고 노래했다.
왜 하필 까치인가? '까치'는 '갓치'와 발음이 유사하다. '갓'은 '처음' '새롭다'는 뜻이고, '치'는 '치(齒)'와 동음이다. 따라서 '까치=갓치=새 이'를 뜻하게 된다.
판소리계통의 소설 '배비장전(裵裨將傳)'은 우리나라 골계문학(滑稽文學)의 진수로 꼽는다. 그 중 압권은 제주기생 애랑의 아양에 떠나는 정비장이 생니 뽑는 장면이다.
"분벽사창(粉璧紗窓)에 마주앉아 서로보고 당싯당싯 웃으시던 앞니 하나 뽑아주오. …님의 얼굴 보고 싶을 때면 종종 꺼내어…"
사실 이 장면은 구전(口傳)되어 오던 발치설화(拔齒說話)가 배경이다. 장안의 한 청년이 계림촌(慶州) 기생을 좋아하다가 이별할 때 신물(信物)로 자기 이(齒)를 뽑아 기생에게 주고 서울로 돌아왔다.
뒷날 그 기생이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노복을 보내 이를 찾아오라고 한다.
기생은 크게 웃으면서 "자루 안에 지금껏 사귀던 남자들의 이가 가득 들어 있으니 네 주인의 이를 찾아 가라"고 한 이야기가 발치설화다.
이와 비슷한 설화가 더러 있다. 기생에게 혹한 남자가 혈서를 써 주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기생이 다른 남자 품에 있어 따지니까 혈서 한 보따리를 내밀며 찾아가라고 했다는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유명 연예인 MC몽의 생니발치가 병역면제 때문인가 아닌가를 두고 법정까지 가서 비록 무죄는 받았지만 뒤끝이 그리 개운한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