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버린 진실과 4001
묻어버린 진실과 4001
  • 거제신문
  • 승인 201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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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치돈 칼럼위원

최근 2권의 책이 화제다.

한 권의 책은 진주를 주 무대로 종합건설사를 운영하는 정용재라는 분이 소위 스폰서검사 특검에서 밝히지 못한 검사들에 대한 접대 사례를 밝히고자 적은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약 3년 전 학력위조와 변양균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의 관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신정아씨가 예일대 박사학위 수여의 전말, 동국대 교수 채용과정과 정치권 배후설에 대한 진실, 문화일보 보도의 전말 등, 당시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자 적은 책이다.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의 내용은 그 목차와 소개된 짧은 내용만 보더라도 글로 옮기기에 거북할 정도이며 필자도 묻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4001'의 내용은 한 여성이 자신이 만난 사회적으로 힘이 있는 연상의 남자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거나 호감의 정도를 넘어 성적인 접촉을 시도한 경우 실제 연인관계로 까지 발전한 경우 등을 소개하고 있다.

두 권의 책 모두 전직 대통령, 전직 국무총리, 전현직 검사의 실명이 등장하고 있으며 저자들은 자신의 억울함 내지는 잘못 알려졌다고 생각되는 사실에 대해서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왜 이들은 진실을 이렇게 책을 통해서 밝히고자 하며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과연 모두 진짜 진실일까?

먼저 왜 책을 통해서일까? 이들은 언론이나 법정에서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거나 오히려 은폐되고 왜곡된다고 생각하므로 직접 글을 남겨둠으로 보존성이 있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 파급효과가 큰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일반인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 같다. 이런 면에서 그들의 선택은 탁월해 보이며 두 권의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그러면 책의 내용은 진실일까? 이들 책의 특징은 실명이 거론된다는 것이다. 실명이 거론된 사람들은 책의 내용이 거짓이라면 이를 반박하기 위한 절차를 거칠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책의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정운찬 전총리의 경우 신정아씨의 출판기자회견 직후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짤막한 논평을 내 놓았다.

정용재 리스트에 나오는 실명이 거론된 검사들의 경우 아직은 그 대응이 어떠한지 잘 알 수가 없다. 괜히 건드려 더 혼란을 가중하거나 상대방의 전략에 말려든다고 생각하여 정운찬 전 총리처럼 일고의 가치가 없어 무대응을 할 수도 있고 진실이 더욱 명백해지는 것이 두려워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도 있으며 전면적으로 명예훼손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의 법적 절차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양 당사자 중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쪽은 계속하여 자기가 진실이라고 외칠 것이다.

결국 양 당자사의 합치된 양심적 고백이 없는 한 책의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을 것이며 진실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과 진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사람들의 무의미한 소모적인 논쟁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 두 권의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묻어버린 진실'이 말하고 있는 것은 검사에게 스폰서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검사에게 스폰서가 필요한 국가는 부패한 국가이다. 아니 부패를 조장하는 국가이다. 검사에게 스폰서가 필요하다면 국가와 국민이 검사의 스폰서가 되어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여 기소독점주의를 선언하고 있어 검사는 사실상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형사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고 종결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특정인이 검찰권에 개입하는 일은 우리 국민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검사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며 오직 신과 양심만 두려워하면 된다. 우리 국민이 검사의 스폰서가 되지 않으면 권력이나 돈을 가진 몇몇 정용재 같은 사람이 검사의 스폰서로 등장할 가능성이 늘 존재하게 될 것이다.

'4001'이 주는 의미는 결국 공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도덕성을 점검하고 점검하여 일반인 보다 더 강화된 도덕성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공적인 직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역사는 발전한다. 하지만 그 역사 발전의 현장은 피로 물든 도살장이라고 한다. 권력의 위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권력이 그 위선을 벗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우리 모두 거룩한 영혼을 가지도록 매일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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